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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괴로운데 "학원비 올릴게요"…사교육 현실에 '경고' [이미경의 교육지책]

입력 2026-01-05 16:15   수정 2026-01-05 16:30



서울 행당동에서 중학교 2학년 자녀를 키우는 박모씨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학원 수강 과목을 3개에서 2개로 줄였다.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르는 상황에서 다니던 영어학원 수강료까지 인상된다는 소식에 해당 과목을 끊기로 한 것이다. 박씨는 “사교육비를 조금이라도 줄여야 할 것 같아 수학·과학은 학원을 계속 다니게 하되 영어는 저렴한 인터넷 강의로 대체했다”고 말했다.

최근 물가 상승으로 가계 부담이 커지면서 사교육비 지출도 감소세를 보였다. 5일 대체 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Aicel)에 따르면 지난해 10~11월 초·중·고 학원비 결제액은 2조396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2조5503억원)보다 6.0% 감소했다. 전년 동월 대비 학원비 결제액이 두 달 연속 감소한 것은 2021년 1월 이후 4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현장에서는 학부모 부담이 커지면서 수강 과목이나 수업 횟수를 조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왕십리에서 중학교 영어 내신반을 운영하는 정소희씨는 “한 반 평균 인원이 15명 정도였는데 최근엔 12명 수준”이라며 “학원비 부담을 토로하는 학부모가 늘었다”고 말했다. 당산동에서 중등 수학 학원을 운영하는 A씨도 “과목을 줄이기 어려운 경우엔 주간 수업 횟수를 줄이는 사례가 많아졌다”며 “수강생의 30%가 주 3회반에서 2회반으로 옮겼다”고 전했다.

사교육비 지출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지만 학군지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교습료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서울교육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교습비를 인상을 예고한 서울시내 학원 72곳 중 63곳(87.5%)이 서초·양천 지역에 집중됐다.

지역과 소득 수준에 따라 교육비 지출을 둘러싼 분위기가 엇갈리면서 교육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학구열이 강하고 학부모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에선 교습료가 올라도 수강을 이어가는 가정이 많다”며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 교육비 지출을 유지하는 가구와 축소하는 가구로 갈리면서 교육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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