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파격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부터 각종 의혹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면서다.
논란의 시작은 '갑질'이었다. 의원 시절 인턴 보좌진에게 폭언하는 통화 녹취가 공개되며 여론이 급속히 악화했다. 이후 보좌진을 상호 감시하게 하거나, 탄핵 반대 삭발식에서 참석자에게 삭발을 강요했다는 의혹, 임신 중인 구의원에게 폭언과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불붙은 갑질 논란과 더불어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한 의혹도 나왔다. 이 후보자는 본인과 배우자, 자녀 명의 재산으로 약 175억 원을 신고했는데, 6년 전보다 100억 원 이상 늘어난 규모다. 야당은 배우자가 과거 매입한 인천 영종도 토지가 공항 개발과 맞물리며 큰 시세 차익을 거뒀다며 '투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 자녀 관련 논란도 이어졌다. 셋째 아들이 고교 재학 중 국회의원실 인턴 경력을 입시 자료로 활용하려 했다는 이른바 '엄마 찬스' 의혹, 보좌진이 아들 관련 사적 업무를 도왔다는 주장까지 나오며 의혹의 범위는 생활 전반으로 확장됐다.
의아한 것은 이 후보자 이미 3선을 지낸 중진 정치인 출신이라는 점이다. 국회에서 오랜 기간 활동하면서 이렇다 할 의혹 제기가 이뤄진 적은 없었다.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문제가 없었다기보다,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검증 환경이 바뀌면서 그동안 쌓인 의혹의 분출로가 뚫렸다는 해석이다.
우선 국회의원과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의 강도가 다르다는 점이 첫 번째 이유로 꼽힌다. 의원 시절에는 '선거'라는 필터를 거치며 개인 의혹이 정당이나 지역 구도에 묻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면 장관 후보자는 단 한 명의 후보자를 상대로 하는 것으로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바로 낙마로 이어진다. 의원 때는 '평판 리스크'로 남던 사안이 장관 후보자가 되는 순간 '결정적 결격 사유'가 되는 것이다.
이 후보자의 경우 특히 제보의 방향이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시작됐다는 점이 '연이은 폭로'를 낳은 배경이 됐다. 논란이 출발점이 된 폭언 녹취는 물론, 이후 쏟아진 새로운 의혹들 역시 모두 국민의힘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게다가 처음으로 터진 '갑질 의혹'이 신빙성 높은 녹취 증거와 함께 제기되면서, 추가 고발에 불을 붙였다.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의 심리적 문턱이 낮아지며 '나도 말해도 되겠다'는 효과를 낸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한 번 균열이 생기면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연쇄적으로 나오는 것은 전형적인 구조"라며 "어떤 정치인이든 별다른 의혹이 없이 조용한 것은 깨끗해서라기보다 들춰질 이유가 없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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