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연한 뮤지컬 작품 수가 지난해 5개에 달했다. 웬만한 베테랑 배우가 아니고서는 소화하기 힘든 물량이다. 일부 작품은 대극장 무대에 올랐다. 그것도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깐깐하기로 유명한 예술의전당 무대였다. 뮤지컬을 오래 한 원숙한 배우 얘기가 아니다. 뮤지컬에 데뷔한 지 만 2년이 채 안 된 원태민 배우 얘기다.
원태민은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기자와 만나 "특출난 능력보다는 '노력파'라는 기질이 만들어 낸 결과"라며 "한창 많이 할 때는 하루 연습 시간이 12시간을 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모습을 좋게 평가한 뮤지컬 스태프들 덕에 좋은 평판이 생겼고, 그 영향으로 작품 출연 제안을 연달아 받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원태민이 어렸을 때부터 배우를 지망한 건 아니다. 그는 당초 남들처럼 평범하게 공부하는 길을 걸었다. 대구에서 1993년 태어난 그는 성균관대 기계공학과에 2013년 입학하며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배우로서의 '운명'은 예상치 못하게 입대와 함께 다가왔다. 키가 컸던 덕에 그는 군 의장대로 차출됐고, 여기서 배우 지망생들과 함께 군 생활을 한 게 영향을 미쳤다.
원태민은 "의장대에 키가 큰 사람이 많다 보니 배우 지망생이 많았다. 그들을 보며 '나도 배우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군 복무를 하며 입시를 준비해 전역을 3개월 앞두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에 합격했다"고 했다. 기존에 다니던 대학은 자퇴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배우를 동경했지만 내가 그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며 "우연히 주어진 기회를 노력으로 붙잡았다"고 했다.

원태민의 필모그래피는 2024년을 기점으로 영상에서 뮤지컬로 완전히 바뀌었다. 그는 2020년 3월 웹 드라마 '너의 마음은 음소거'로 데뷔했다. 이후 tvN 드라마 '비의도적 연애담'(2023년 3월), 넷플릭스 드라마 '퀸메이커'(2023년 4월), 티빙 드라마 '조폭인 내가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2024년 5월), 영화 '내 손끝에 너의 온도가 닿을 때'(2024년 5월) 등에 출연했다.
'커리어 전환'의 신호탄이 된 건 창작 초연 뮤지컬 '이프아이월유'(2024년 3월)였다. 이후 '스파이'(2024년 8월), '애나엑스'(지난해 1월), '화이트래빗 레드래빗'(지난해 4월), '두 낫 디스터브'(지난해 6월), '라흐마니노프'(지난해 9월) 등 뮤지컬에 연이어 출연했다. 지난달 5일부터 다음달 22일까지는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팬레터'에서 주인공 정세훈 역을 맡는다.

원태민은 "편집의 영향을 많이 받는 영화·드라마와 달리 뮤지컬은 배우의 감정을 날것 그대로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며 "배우가 편집 없이 관객과 소통한다는 게 뮤지컬의 매력"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순수한 매력이 내 선호에 맞아 최근에는 뮤지컬 연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공연 중인 팬레터에 대해서는 "한예종 다닐 때부터 수업 시간에 장면 발표를 하는 등 동경했던 작품"이라며 "팬레터 제작사인 라이브에 출연 제안을 했고, 라이브가 이를 받아들여 출연이 성사됐다"고 했다. 그는 "팬레터는 화려한 무대전환이 없어도 대본이 주는 힘으로 관객을 압도하는 작품"이라며 "환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사건을 층층이 쌓으면서 긴장감을 높이는 게 이 작품의 매력"이라고 했다.
원태민은 오는 19일 열리는 국내 최고 권위의 뮤지컬 시상식 '제10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 신인상 후보로 올랐다. 그는 "강렬하게 한번 반짝하고 꺼지기보다는 느리더라도 꾸준히 발전하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며 "자만하지 않고 꾸준히 정진하는 모습 보이겠다"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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