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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정치 논리 못 깨는 경제학계

입력 2026-01-05 17:36   수정 2026-01-06 00:26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는 번영 회복이 아니라 복수의 정치다.”(게리 딤스키 리즈대 교수)

“관세는 산업 전략이 아니라 권력 정치다.” (스테퍼니 켈턴 스토니브룩대 교수)

지난 3일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개막한 2026 미국경제학회(AEA)에서 많은 경제학자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관세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이민 단속에 따른 노동시장 위축 등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평가는 냉혹했다.
학계 목소리 듣지 않는 트럼프
그런데도 트럼프 행정부는 경제학계의 목소리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시장 개입에 대한 비판을 마주하면서도 제약 업체의 약값을 낮추고, 인플레이션 우려를 들으면서도 관세 정책을 밀어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심지어 최근 수입 관세로 벌어들인 세수를 기반으로 미국 국민에게 1인당 최소 2000달러 정도를 배당금 형식으로 돌려주겠다는 구상을 SNS 등을 통해 밝혔다.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우려가 있음에도 이에 대한 고려는 보이지 않는다.

미국 달러와 국채의 신뢰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데도 미국 중앙은행(Fed)을 향한 금리 인하 압박을 멈추지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차기 Fed 의장 인선에 돌입했는데, 트럼프 대통령과 금리 인하에 관한 철학이 비슷한 인물이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압박할수록 시장은 오히려 ‘미래의 인플레이션’과 ‘재정 적자 확대’를 걱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장기 국채를 보유하는 대가로 더 높은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Fed가 꾸준히 기준금리를 내리고 있지만 10년 만기 미국 국채 같은 장기 국채 금리는 오히려 연 4%대 위에서 요동치거나 반등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이 밖에 금융 안전성을 중시해 온 학계 분위기와 달리 금융 규제 완화 기조도 이어지고 있다.
포퓰리즘에 속수무책
트럼프 행정부가 이처럼 경제학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것은 경제학자들의 주장이 가진 정치적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논리의 부족이 아니라 경제학이 미국민의 분노와 불안을 설명하고 흡수하는 언어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있지만 동시에 상당수 미국인이 바라는 ‘미국 우선주의’에 대한 열망을 해소해 주고 있다. 이민 정책이 노동시장을 위축시키고 있지만 불법 이민자에게 새어나가는 세금을 둘러싼 미국민의 불만을 잠재우고 있기도 하다. 비싼 의료비에 시달리는 미국민은 제약 업체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경제학자들이 정치권의 포퓰리즘을 이길 논리를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중이 이해하기 힘든 언어로 고담준론을 펼쳐서는 정책 변화를 끌어내기도 힘들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강조해 온 것처럼 현실의 경제는 인간의 심리와 서사에 의해 움직인다. 하지만 이번 미국경제학회에서도 학자들이 대중의 심리와 서사를 여전히 ‘비이성적 요소’로만 취급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경제학이 현실과 다시 연결되지 못한다면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힘은 앞으로도 계속 정치의 몫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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