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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눈앞에 다가온 위기…피지컬 AI로 돌파하자"

입력 2026-01-05 17:38   수정 2026-01-06 02:16


“위기가 눈앞에 다가오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물리적(physical) 제품의 설계·제조에 손꼽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산업과 제품의 새로운 기준을 선도해 나갑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5일 온라인으로 공개된 ‘2026년 신년회’에서 글로벌 무역 전쟁과 미국 테슬라·중국 차 공세 등 대내외 위기 상황을 인공지능(AI) 기술로 돌파하자고 주문했다. 정 회장은 글로벌 판매 ‘빅3’ 자리를 지키고 있는 현대차그룹에 올해가 산업의 변곡점으로 다가올 것으로 봤다.
◇“AI 원천 기술 내재화”
현대차그룹 신년회에서도 위기감이 드러났다. 그룹 임직원 7000여 명이 참여한 ‘그룹의 미래 과제’ 설문 조사에서 1순위로 ‘기술 역량 강화’가 꼽힌 사실이 이날 처음 공개됐다. 정 회장은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이미 수백조원 단위의 투자로 우위를 선점해 온 것에 비해 우리가 확보한 역량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며 테슬라 등과의 기술 격차를 인정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11월 국내에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SD)을 도입해 주목받았다.

정 회장은 그러면서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유일한 길은 AI를 외부에서 빌려온 기술이 아니라 조직 내부의 생명력으로 받아들이고 체화하는 것뿐”이라며 AI 독자 기술 확보 의지를 확인했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도 “미국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은 연말 로보택시(무인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들어갈 것”이라며 그룹 자회사 포티투닷(42dot)과의 협업 체계를 유지할 방침을 밝혔다.

정 회장은 최근 주목받는 ‘피지컬 AI’(로봇 등 기기에 장착된 AI)가 현대차그룹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피지컬 AI로 중심이 이동할수록 그룹이 보유한 자동차, 로봇 같은 움직이는 실체와 제조 공정 데이터 가치는 중요해질 것”이라며 “빅테크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우리만의 강력한 무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데이터와 자본, 제조 역량을 갖춘 현대차그룹에 AI는 충분히 승산 있는 게임”이라고 자신감도 드러냈다. 현대차·기아의 전기차와 자회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들은 현재도 자율주행과 산업 현장에서 쓸 수 있는 데이터를 쌓고 있다.
◇“민첩한 의사결정 중요”
정 회장은 임직원들이 기술 역량 강화에 이어 두 번째로 시급하다고 지적한 ‘조직 문화 개선’에 대해선 “변화의 속도를 조직 전체로 확산하는 데 리더들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문제가 생겼을 때 숨기지 않고 빨리 수면 위로 올려 같이 해결해 나가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빠르고 명확한 의사소통,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민첩한 의사결정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자율주행·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기술 개발 과정에서 제기된 첨단차플랫폼(AVP)본부와 포티투닷의 책임론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2030년까지 국내에 125조2000억원을 투자하는 것과 관련해선 “외형을 키우는 데만 쓰는 게 아니라 질적으로 성장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며 “전체 투자액의 31.2%인 39조원을 연구개발(R&D)에 집중해 체질 개선과 질적 성장을 이뤄내겠다”고 했다.

정 회장은 이날 조부인 정주영 창업회장을 언급하며 위기 극복의 의지를 임직원에게 전파했다. ‘길이 없으면 길을 찾고, 찾아도 없으면 길을 만들면 된다. 내가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 한 이것은 실패일 수 없다’는 정 창업회장의 지론과 함께 “현대차그룹을 움직여온 가장 강력한 힘은 어떠한 시련에도 끝까지 도전하는 정신에 있다”고 했다.

김보형/신정은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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