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 원자력 테마가 유망하다고 하네요. 여기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제 자금을 넣어주세요.”한 시중은행 자산관리(WM)센터 프라이빗뱅커(PB)는 지난해 내내 ‘큰손’들로부터 이 같은 요청을 받았다. 은행 WM센터를 이용하는 보수적이고 비교적 고령인 자산가들조차 PB에게 특정 ETF 매수를 수시로 요구하는 것이다. 이 PB는 “연금 계좌에 퇴직금 수십억원이 쌓여 있는 전직 대기업 임원들도 절세를 위해 ETF를 많이 찾는다”고 했다.
지난해 개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ETF 상품만 35조212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KODEX 200’(1조3382억원) ‘KODEX 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1조3028억원) ‘TIGER 200’(5894억원) 등 시장 대표지수 ETF가 순매수 상위에 올랐다. 작년에만 두 배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들이다. 기관 매수로 집계되는 연금계좌를 포함하면 개인의 ETF 매수 규모는 훨씬 더 컸을 것으로 추산된다. 한 펀드매니저는 “지난해는 코스피200 추종 ETF에만 투자해도 마음 편하게 수익을 낼 수 있었다”며 “ETF 덕분에 개인들이 수익을 내기가 쉬웠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ETF는 주식뿐 아니라 금, 은, 채권 등 다양한 자산에 대한 개인들의 접근성을 끌어올렸다. 금값이 급등한 지난해 개인들은 ‘ACE KRX금현물’ ETF를 1조201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은행 골드뱅킹(금 통장)에 가입하거나 골드바 실물을 매수하던 과거 금 투자 관행과 크게 달라진 것이다. ACE KRX금현물 ETF만 해도 총보수율이 연 0.19%에 불과하다. 골드뱅킹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이 ETF 순자산이 최근 1년간 3조1317억원 증가한 배경 중 하나다.
ETF는 과거 개인들이 접근하기 힘들던 원유와 희토류, 채권 등에도 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해준다. 현재 유가증권시장에는 ‘PLUS 글로벌희토류&전략자원생산기업’ ‘KODEX WTI 원유선물(H)’ 등 다양한 원자재 상품이 상장돼 있다. 오정택 미래에셋증권 반포WM투자센터 팀장은 “은행의 머니마켓펀드(MMF)나 정기예금 자금도 금리가 조금 더 높고 환금성이 좋은 파킹형·회사채 ETF로 이동하는 추세”라며 “개인 투자 수요가 ETF로 쏠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ETF는 이런 공모펀드의 약점을 극복하면서 핵심 투자 수단으로 부각됐다는 평가다. 자신이 투자한 ETF의 포트폴리오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데다 운용사 간 경쟁으로 수수료는 연 0.01% 수준으로 낮아졌다. 한 운용사 ETF본부장은 “스마트폰으로 간단하게 매수·매도할 수 있고 현금 인출까지 이틀밖에 걸리지 않는다”며 “ETF가 갈수록 인기를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신/양지윤 기자 phs@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