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에 상장한 1058개 ETF의 시가총액은 303조121억원이었다. 2002년 국내에 처음 등장한 ETF가 100조원을 넘어선 것은 21년 만인 2023년 6월이다. 이후 2년 반 만에 300조원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에만 173개 상품이 신규 상장해 전체 ETF가 1058개로 늘었다.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958개)보다 100개 많다.
ETF는 개인 재테크 트렌드를 완전히 바꿔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개인투자자는 증시 활황에도 유가증권시장에서 26조3675억원어치(ETF 제외 기준)를 순매도했다. 하지만 ETF를 포함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개인 순매수액이 되레 8조84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서다. 투자자들이 국내 개별 주식을 대량 매도하면서도 ETF는 35조원어치 넘게 사들였다는 의미다.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으면서 국내외 다양한 종목에 분산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개인 투자 수요를 빨아들이고 있다는 게 증권업계 설명이다.
퇴직연금 시장도 공모펀드에서 ETF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퇴직연금 적립액 상위 3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자산 구성을 분석한 결과 연금 내 ETF 투자 비중은 2021년 말 12%에서 지난해 말 38%로 급증했다. 한 운용사 대표는 “ETF는 거래 편의성과 투자 자산의 투명성을 극대화하고 수수료는 낮춘 혁신 상품”이라며 “다만 국내외 상품 간 불평등한 과세체계와 과당경쟁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개인들 작년 35조 넘게 사들여…연금 포함땐 매수 규모 더 클듯
한 시중은행 자산관리(WM)센터 프라이빗뱅커(PB)는 지난해 내내 ‘큰손’들로부터 이 같은 요청을 받았다. 은행 WM센터를 이용하는 보수적이고 비교적 고령인 자산가들조차 PB에게 특정 ETF 매수를 수시로 요구하는 것이다. 이 PB는 “연금 계좌에 퇴직금 수십억원이 쌓여 있는 전직 대기업 임원들도 절세를 위해 ETF를 많이 찾는다”고 했다.
지난해 개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ETF 상품만 35조212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KODEX 200’(1조3382억원) ‘KODEX 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1조3028억원) ‘TIGER 200’(5894억원) 등 시장 대표지수 ETF가 순매수 상위에 올랐다. 작년에만 두 배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들이다. 기관 매수로 집계되는 연금계좌를 포함하면 개인의 ETF 매수 규모는 훨씬 더 컸을 것으로 추산된다. 한 펀드매니저는 “지난해는 코스피200 추종 ETF에만 투자해도 마음 편하게 수익을 낼 수 있었다”며 “ETF 덕분에 개인들이 수익을 내기가 쉬웠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ETF는 주식뿐 아니라 금, 은, 채권 등 다양한 자산에 대한 개인들의 접근성을 끌어올렸다. 금값이 급등한 지난해 개인들은 ‘ACE KRX금현물’ ETF를 1조201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은행 골드뱅킹(금 통장)에 가입하거나 골드바 실물을 매수하던 과거 금 투자 관행과 크게 달라진 것이다. ACE KRX금현물 ETF만 해도 총보수율이 연 0.19%에 불과하다. 골드뱅킹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이 ETF 순자산이 최근 1년간 3조1317억원 증가한 배경 중 하나다.
ETF는 과거 개인들이 접근하기 힘들던 원유와 희토류, 채권 등에도 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해준다. 현재 유가증권시장에는 ‘PLUS 글로벌희토류&전략자원생산기업’ ‘KODEX WTI 원유선물(H)’ 등 다양한 원자재 상품이 상장돼 있다. 오정택 미래에셋증권 반포WM투자센터 팀장은 “은행의 머니마켓펀드(MMF)나 정기예금 자금도 금리가 조금 더 높고 환금성이 좋은 파킹형·회사채 ETF로 이동하는 추세”라며 “개인 투자 수요가 ETF로 쏠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ETF는 이런 공모펀드의 약점을 극복하면서 핵심 투자 수단으로 부각됐다는 평가다. 자신이 투자한 ETF의 포트폴리오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데다 운용사 간 경쟁으로 수수료는 연 0.01% 수준으로 낮아졌다. 한 운용사 ETF본부장은 “스마트폰으로 간단하게 매수·매도할 수 있고 현금 인출까지 이틀밖에 걸리지 않는다”며 “ETF가 갈수록 인기를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수지/양지윤/박한신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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