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례 없이 높은 가격 인상을 제시한 배경에는 예상보다 큰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수요가 있다. 메모리 기업들이 HBM3E 주문에 대응하느라 서버용 D램 공급 부족이 심화하고 있어서다.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 ‘H200’ 인공지능(AI) 가속기의 중국 수출을 허용한 게 ‘트리거’가 됐다. H200엔 HBM3E 제품 8개가 들어간다. 중국 고객사가 지난달 이후 신규 주문한 H200 물량은 30억달러(약 4조3000억원)어치로 추산된다. 여기에 구글 텐서처리장치(TPU) 같은 고객사 맞춤형 AI 가속기를 개발하는 브로드컴이 HBM3E 주문을 늘리고 있는 것도 D램 품귀에 한몫하고 있다.
당장의 수급보다는 메모리산업의 구조적 변화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제미나이, 코파일럿 등 AI 추론 기반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빅테크는 최근 추론용 서버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럴 때마다 범용 메모리 수요도 함께 늘어난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올해 연간 기준으로 서버 D램 평균판매가격(ASP)이 전년 대비 최대 144%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실적 전망치도 올려 잡고 있다. 씨티는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지난해(약 44조원) 대비 253% 높은 155조원으로 제시했다. 모건스탠리도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을 148조원으로 봤다. 지난해 추정치(46조원) 대비 224% 급증한 수치다.
중국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스마트폰 기업과 델, HP 등 PC 기업은 가격 인상으로 수익성 방어에 나섰다. 다음달 프리미엄 AI폰 갤럭시 S26 출시를 앞둔 삼성전자도 ‘장고’에 들어갔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은 이날 로이터 인터뷰에서 “세계적인 메모리 칩 부족 현상이 삼성 스마트폰 사업의 수익률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