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국빈 방중을 계기로 9년 만에 베이징에서 5일 열린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서 양국 기업인들은 인공지능(AI) 기반 제조업 혁신, 소비재 신시장 창출, 서비스·콘텐츠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송나라와 고려 간 외교적 긴장과 갈등이 있던 시기에도 벽란도를 통한 교역은 중단되지 않았다”며 양국 경제 협력에 ‘벽란도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9년 전 비즈니스 포럼이 ‘사드 사태’ 파장이 고스란히 남은 와중에 미묘한 분위기에서 열렸다면 이날 행사는 한·중 관계 전면 복원 흐름 속에 열리면서 국내 4대 그룹 총수 등 한·중 경제계 ‘빅샷’이 대거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참석자들과 연 사전 간담회에서는 한·중 간 과거 수직적 협력 구조를 ‘같은 방향을 향해 함께 항해하는 배’에 비유하며 “각자 기술 발전과 경제 성장을 추구하면서도 산업 공급망 간의 연계로 서로 발전에 도움을 주고, 글로벌 경제를 선도해 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현재 글로벌 경제, 통상 환경이 더 이상 과거와 같이 정해진 항로를 그대로 쉽게 따라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새로운 항로 개척, 새로운 시장 개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한 중국과의 분업 구조, 협력 체계가 공급망 재편과 첨단 기술 시대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이 대통령은 한국과 중국이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제조업 협력과 문화 콘텐츠 교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을 더 많이 찾아내 활용하는 우호적 관계의 새로운 출발이 되길 바란다”며 “다른 점을 찾자면 끝없이 멀어질 것이고, 같은 점을 찾아내면 끝없이 가까워질 것”이라고 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포럼장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중국 사업 강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정 회장은 “중국에서 판매량과 생산량이 많이 떨어졌지만 겸손한 자세로 중국 내 생산과 판매를 늘려갈 계획”이라고 했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중국 판매량(11월 누적 기준)은 약 19만 대로 2021년 47만7000여 대, 2022년 33만9000여 대(이상 연간 기준) 등과 비교해 크게 줄었다. 정 회장은 “이번 한·중 정상회담으로 양국 관계가 개선되면 현대차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측근 경제 참모로 꼽히는 허리펑 부총리는 “중·한 관계는 이사 갈 수 없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이라며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며 양국 관계가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멀리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허 부총리는 “경제 유대를 강화해야 한다”며 다자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포럼을 계기로 신세계, 알리바바 등 양국 기업은 32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베이징=한재영 기자/김형규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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