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 회담 이후 2개월여 만인 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악화했던 양국 관계가 전면적인 복원 단계에 접어드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 관계 개선 방안 등을 비롯해 서해 구조물 문제 같은 민감한 양국 현안이 폭넓게 논의됐다.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정상 간 개인적 인간관계가 한 단계 더 올라간 게 중요한 성과”라고 했다.
그러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의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한 군사 행동, 일본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 등을 염두에 둔 듯한 언급을 하면서 미국·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의 ‘줄타기 외교’가 더 큰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는 우려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 주석은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중국의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 내 무단 구조물 설치, 한한령(限韓令), 중국 어선 불법 조업 문제 등 다양한 현안을 놓고 의견을 주고받았다. 위 실장은 핵잠 건조와 관련해 “특별히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다”고 했고, 서해 구조물 문제에 대해선 “건설적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한령 해제와 관련해선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위 실장은 밝혔다.
두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와 역내 안정에 관해서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현 남북 교류가 완전히 차단된 상황과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 조치를 소개하고 중국 등 주변국이 함께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실현 가능한 대안을 (시 주석과) 함께 모색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지금까지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다”는 취지의 반응을 보였다고 위 실장은 전했다. 위 실장은 “한반도 평화 안정이 한·중 양국의 공동 이익이라는 인식을 재확인했고, 이를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 수행 의지를 확인했다”고 했다.
특히 “(양국은) 역사의 올바른 편에 굳건히 서서 정확한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최근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을 두고 “패권적 행태”라며 강도 높게 비난한 가운데 ‘올바른 편’을 언급한 것은 한국과 동맹·협력 관계인 미국과 일본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에 대해서도 반발한 바 있다.
중국 관영매체인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회담에서 “양국은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한 우려를 고려해 이견을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대만 영유권 문제 등을 ‘핵심 이익’으로 규정하고 있다. 앞서 관영 CCTV는 이 대통령과의 인터뷰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어떻게 준수할 계획이냐’고 묻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하나의 중국을 존중하는 입장”이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위 실장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시 주석이 이 대통령에게 새로운 요구를 하진 않았다”고 했다.
베이징=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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