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명륜동에는 쌍둥이 형제가 운영하는 레코드점이 있었다. 재즈나 블루스를 좋아했던 그들의 가게에는 음반은 적었지만 오래도록 자리 지키는 손님이 이어졌다. 음악에 대한 입담이 대단했던 형제의 성향이 방문객을 끌어당기는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1991년으로 기억한다. 지미 스미스가 발표했던 레코드 <더 캣 (The Cat)>을 처음 발견했던 장소가 그곳이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나는 앨범 타이틀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재즈 연주자나 애호가를 의미하는 캣은 일본의 소설가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과거 자신이 운영했던 재즈 카페의 이름을 피터 캣으로 지을 정도였다. 20대 중반에 지미 스미스의 처음 음악을 알게 되었지만 레코드에 손이 자주 가지는 않았다. 빌 에반스나 오스카 피터슨이 주로 연주했던 피아노에 비해 끈적끈적한 사운드를 쏟아내는 오르간이라는 악기에 대한 상대적인 거리감이었다.
재즈 오르간의 세계를 말할 때 지미 스미스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1951년부터 해먼드 오르간의 세계를 탐구했던 그는 선배 오르가니스트였던 와일드 빌 데이비스로부터 결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모방은 제2의 창작’이라는 말은 지미 스미스에게 걸맞은 표현이었다. 필라델피아의 재즈 클럽에서 신들린 연주를 펼쳤던 그를 발견한 인물은 블루노트의 창립자인 알프레드 라이언이었다.
지미 스미스와 블루노트 레이블은 찰떡궁합의 사례를 보여주었다. 1956년 데뷔작인 <어 뉴 사운드 어 뉴 스타 (A New Sound A New Star)> 시리즈는 발매와 동시에 재즈 팬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냈다. 이는 1935년에 발명되었던 해먼드 오르간이 본격적으로 메이저 재즈 레코드사를 통해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재즈로부터 발화했던 해먼드 오르간은 1960년대 이후 사이키델릭, 아방가르드, 프로그레시브 록 등의 장르에서 필수적인 악기로 활용되었다.

제임스 오스카 스미스라는 본명을 가진 오르가니스트의 명성은 무려 40장이 넘는 블루노트 레코드로 입증되었다. 메이저 레이블에서 엄청난 리더 작을 쏟아냈던 그는 거칠고 강렬한 연주 기법을 통해 재즈 오르간의 신세계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오르간 페달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서 베이시스트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재능을 보여주었다. 지미 스미스의 다음 행선지는 버브 레이블이었다.
1962년에 나온 <베싱 (Bashin')>은 지미 스미스의 또 다른 음악 세계를 알린 버브 레코드의 입봉작이었다. 색소포니스트로도 알려진 올리버 넬슨이 편곡과 지휘를 담당했던 해당 앨범에서 그는 빅 밴드 형태의 재즈를 추구했던 버브 레코드의 스타일에 무난하게 적응해나갔다. 지미 스미스는 버브 레이블에서 소편성과 대편성 재즈를 넘나드는 30장에 달하는 결과물을 녹음했다.
재즈 피아노의 후발주자로 나타난 재즈 오르간의 영역은 지미 스미스 이후에도 변함없이 이어졌다. 오르가니스트 돈 패터슨, 리처드 홈즈, 래리 골딩스, 브라더 잭 맥더프 등이 재즈, 솔, 리듬 앤 블루스 영역에서 존재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최근에 두각을 나타내는 3세대 오르가니스트로는 2021년 작인 <아이 톨드 유 소 (I Told You So)> 등을 발표한 델본 라마를 빼놓을 수 없다.
세월이 흐르면서 재즈 오르간이라는 악기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이와 함께 솔 재즈에 대한 애정도 깊어졌는데 여기에는 지미 스미스의 역할이 적지 않았음을 말하고 싶다. 발표 앨범이 많은 재즈 아티스트는 선택 장애를 감수해야 하는 면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만큼의 다양한 음악을 경험할 수 있는 즐거움이 도사리고 있다. 시대를 앞서간 자의 생은 언제나 외로웠다. 지미 스미스라는 고유명사는 앞으로도 수많은 신예 오르가니스트가 극복해야 할 유일무이한 아티스트로 남을 것이다.
[지미 스미스 추천 앨범]
1. House Party, Blue Note, 1958년
2. Home Cookin', Blue Note, 1961년
3. Midnight Special, Blue Note, 1961년
4. Back At The Chicken Shack, Blue Note, 1963년
5. Blue Bash!, Verve, 1963년
6. The Cat, Verve, 1963년
7. Organ Grin The Swing, Verve, 1965년
이봉호 문화평론가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