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광우병 사태’ 이후 18년 만에 미국산 소고기 관세가 완전히 사라진다. 한때 광우병 괴담의 중심에 섰던 미국산 소고기가 이제는 고환율로 부담이 커진 장바구니 물가를 누그러뜨릴 ‘단비’가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로 미국산 소고기 관세가 철폐됐다. 2012년 3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약 14년 만이다. 미국산 소고기 관세율은 FTA 발효 당시 37.3%에서 매년 약 2.6%포인트씩 인하돼왔다. 지난해까지 1.2~4.8%의 관세가 적용되다 올해부터 무관세 품목이 됐다.
그러나 현재 미국산 소고기는 수입 소고기 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1~11월 미국산 소고기 수입량은 21만8383t으로 전체 수입 소고기의 45.2%에 달했다. 미국산과 함께 시장을 양분하는 호주산 소고기는 2028년부터 관세가 철폐될 예정이다.
관세 철폐는 최근 가파르게 오르는 소고기 물가를 진정시키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수입 소고기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9월 2.2%에서 10월 5.3%, 11월 6.8%로 높아지다 12월에는 8%까지 치솟았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부담도 상당하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 정보에 따르면 올해 1월 미국산 소고기(갈비·냉동) 가격은 100g당 4554원으로, 지난해 1월 전체(4371원)보다 4.2%, 평년 가격(4082원)보다 11.6% 비싸다.
수입단가 상승분이 아직 소비자 가격에 완전히 반영되지 않아 추가 인상 가능성도 남아 있다. 한국은행의 수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원화 기준 소고기 수입 물가는 전년 대비 15% 올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수입 소고기 물가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환율이다. 지난해 12월 원·달러 환율은 1470원을 넘어서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여기에 미국 내 작황 악화까지 겹쳤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미국의 소 도축 마릿수는 전년 대비 13.7% 감소했고, 소고기 생산량도 11.9% 줄었다. 사육 마릿수 감소로 도축 기반 자체가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미국 소고기 공급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약 2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감귤(만다린 포함)과 사료용 뿌리채소류도 대표적인 관세 철폐 품목이다. 지난해 11월까지 미국산 감귤에는 9.5%의 관세가 부과됐지만 7951t이 수입돼 전체 수입 물량의 100%를 차지했다. 사료용 뿌리채소류는 TRQ 초과 물량에 대해 6.7%의 관세가 적용돼 왔다. 호두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수입 물량 450t 전량이 미국산이었는데, 관세율이 3%에서 0%로 낮아진다.
땅콩과 고추, 마늘, 양파, 녹차, 생강도 무관세 품목으로 전환된다. 다만 이들 품목에는 2030년까지 농산물 긴급수입제한조치(ASG)를 적용할 수 있다. ASG는 관세 인하 이후 수입이 급증할 경우, 사전에 정한 물량을 초과하면 일시적으로 관세를 다시 부과할 수 있는 안전장치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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