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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 뉴프런티어 (29)] 에스씨바이오 "폐 섬유화 질환 '근본 치료제' 개발 도전…면역항암제 판도도 바꿀 것"

입력 2026-01-12 09:22   수정 2026-01-12 09:23



"글로벌 빅파마들도 아직 성공하지 못한 폐 섬유화 질환의 근본 치료제를 개발해 인류의 생명 연장에 기여하겠습니다."

이창훈 에스씨바이오 대표는 최근 대전 유성구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2021년 10월 설립된 에스씨바이오는 폐 섬유화 질환 치료제와 경구용 면역항암제를 개발하는 바이오텍이다.

이 회사는 빅파마들마저 개발에 실패한 특발성 폐섬유증 신약 후보물질로 주목 받고 있다. 설립 이듬해부터 해마다 JP모간 콘퍼런스에 초대 받고 있는 배경이다. 이 대표는 "폐 섬유화 질환, 암 등 아직 근본적 치료제가 없는 분야에서 혁신 신약을 개발해 글로벌 바이오텍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국내 면역항암제 연구에 물꼬 트다
서울대 동물자원과학과를 나온 이 대표는 면역항암제 분야의 국내 1세대 연구자로 꼽힌다. 미국 뉴욕주립대 의대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밟으면서 T세포, 수지상세포 등 기초면역 연구를 시작했다. 이후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지내면서 면역항암제 연구를 본격화했다.

이 대표가 NIH에 자리잡을 당시는 미국에 면역항암제 연구 붐이 거세게 일던 때다. UC버클리에서 시작돼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이 개발에 성공한 면역항암제 '여보이'가 허가를 받기 직전이었다. 여보이는 2011년 3월 세계 최초의 면역관문억제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으면서 면역항암제 시대를 열어젖힌 주인공이다.

이 대표는 NIH에서 면역항암제 연구에 참여했다. 그는 "당시 NIH에서는 미국 머크(MSD)가 개발 중이던 '키트루다' 임상 연구를 많이 하고 있었다"면서 "키트루다 등 면역항암제 임상연구에 참여하면서 값진 경험을 얻었다"고 했다.

여보이는 'T세포 브레이크 패달'이라고 불리는 CTLA-4를 타깃하는 면역관문억제제이고, 2014년 9월 FDA 판매 승인을 받은 키트루다는 또다른 '면역 차단 스위치'인 PD-1을 타깃하는 면역관문억제제다. 세계 1위 항암제 자리를 꿰찬 키트루다의 연매출은 40조원을 웃돈다.

NIH에서 3년간 근무한 이 대표는 2014년 말 한국화학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국내에 면역연구는 활발했지만 허가단계의 면역항암제 약물의 연구 경험이 풍부한 연구자가 드물 때였다. 그런 점에서 면역항암제 연구를 강화하려던 화학연에는 이 대표가 적임자였다. 이 대표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기초면역 연구 대가인 최인표 박사와 함께 면역항암제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연간 100억원 규모의 국책연구과제를 하면서 국내 면역항암제 연구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했다"며 "그때부터 창업을 고민했다"고 했다.
인간화 마우스 직접 제작…약물 테스트 내재화
이 대표는 현재 화학연 책임연구원을 겸직하고 있다. 14년 동안 화학연에 근무하면서 쌓아온 종양면역기전 연구와 신약개발 연구 경험이 창업 밑천이 됐다. 지금까지 SCI급 논문만 40편을 썼다. 특허건수도 40건에 이른다.

에스씨바이오가 규모가 작은 바이오텍 답지 않게 후보물질 발굴부터 동물실험, 유전자 분석 등 임상 진입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내재화한 것은 이 대표의 이런 이력과 무관치 않다. 이 대표는 "비용과 시간을 최소화해 신약 개발의 효율성을 높이는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구축한 게 최대 강점"이라며 "창업 3년 반만에 2개의 파이프라인이 임상승인을 받았다"고 했다.

에스씨바이오는 저분자 합성 분야와 바이오 분야의 인력과 장비를 모두 갖추고 있다. 합성 인력은 4명이다. 40대 초반의 경력직들로 실무자와 임원진이 꾸려져 있다. 바이오는 약동학(PK)팀을 포함해 16명이다. 32명의 직원 가운데 20명이 연구인력이다.

에스씨바이오가 PK 등의 업무를 임상시험수탁기관(CRO)에 외주를 맡기지 않는 건 속도와 효율성 때문이다. 약물의 흡수, 분포, 대사, 배설 과정을 분석하는 PK를 위해서는 동물실과 장비가 필수적이다. 에스씨바이오는 7000마리의 마우스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동물실을 갖췄다. 이 대표는 "약물 평가를 외부에 맡기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다 상황에 맞춘 대응이 제때 이뤄지기 어렵다"며 "창업 1년 만에 PK를 할 수 있는 시설을 모두 갖췄다"고 했다.

이 덕분에 약물 합성 후 활성, 기초 독성 및 PK 평가에 1~2주 밖에 걸리지 않는다. 활성평가, 독성 등을 미리 파악한 프로파일을 보면서 약물을 합성하기 때문이다. 외부 CRO에 맡기면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는 걸 감안하면 약물 개발 속도는 물론 효율성 측면에서 강점을 확보한 셈이다.

에스씨바이오는 약물 실험에 쓰이는 인간화 마우스도 직접 제작하고 있다. 단세포 전사체를 분석할 수 있는 역량도 갖췄다. 유전자 발현 패턴을 분석하고 바이오마커를 찾는 인공지능(AI) 솔루션도 구축했다. 이 대표는 "올해부터는 특정 면역항암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를 가려내는 연구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효능·안전성 다잡은 폐섬유화증 치료제 개발 중"
에스씨바이오의 주력 파이프라인은 특발성 폐섬유화증(IPF) 치료제인 'SCB008'이다. 조만간 한국과 호주에서 임상 1상 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국내 임상은 서울대병원에서 이뤄진다. 6개 용량군으로 나눠서 하루 한번 경구약을 투약한다. 이 대표는 "2027년 중반께 임상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임상 1상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곧바로 임상 2상에 나서겠다"고 했다.

허파과립 섬유증으로도 불리는 특발성 폐섬유화증은 가장 흔한 폐섬유질환이면서 희귀질환으로 분류된다. 70~79세 환자가 전체 환자의 절반을 넘는다. 전세계적으로 환자 수는 300만명에 이른다. 이 병으로 진단 받은 후 생존기간은 2~5년에 불과하다. 하지만 아직 제대로 된 치료제는 없다. 표준치료제인 닌텐다닙은 섬유화 지연 효과만 낸다.

에스씨바이오는 동물실험에서 SCB008이 닌텐다닙 보다 효과가 뛰어난 것을 확인됐다. 폐섬유화증에 걸리면 체중이 급격하게 줄어드는데 SCB008을 투약했더니 폐섬유화 억제 효능이 2배 이상 좋아졌고 이로 인해 체중이 개선돼 생존율도 2배 넘게 높아졌다. 2024년 허가 받은 베링거인겔하임의 PDE4B 선택적 억제제인 '네란도밀라스트' 보다도 뛰어난 효능이다. 이 대표는 "SCB008이 닌텐다닙, 네란도밀라스트 등 기존 치료제보다 효능이 우월하다는 게 동물실험에서 확인됐다"고 했다.

SCB008는 수명연장 단백질로 알려져 있는 서투인(Sirt)6 단백질을 타깃한다. 이 대표는 "서투인 단백질은 7가지가 있는데 이 가운데 서투인6는 항섬유화와 항염증에 탁월한 효능을 갖고 있다"며 "효능이 좋은데도 간독성이 전혀 없는 등 안전성이 매우 뛰어난 약물"이라고 했다.

에스씨바이오는 독성 전임상시험에서 SCB008의 안전성을 확인했다. 이 대표는 "비글견 실험에서는 유효용량 대비 수십배 높은 고용량군에서도 부작용이 관찰되지 않았다"며 "사람 대상 임상에서도 안전성을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에스씨바이오는 SCB008의 임상 1상 결과가 나오면 글로벌 빅파마와 기술수출 계약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대표는 "특발성 폐섬유화증은 치료제가 마땅찮아 빅파마들의 관심이 매우 높은 질환"이라며 "임상 1상 결과와 바이오마커 분석결과가 나오면 기술수출 계약이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에스씨바이오는 SCB008을 섬유화로 생기는 다양한 질환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간, 심장 등의 섬유화 질환도 치유할 수 있다는 의미다. 타깃 효소인 서투인6이 섬유화 시그널인 TGFβ와 염증을 억제하는 작용기전 때문이다. 이 대표는 "TGFβ는 최근까지도 섬유화 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연구 주제"라며 "섬유화 질환 치료에 최적의 타깃이라는 것을 입증하겠다"고 했다.

서투인6 타깃 신약을 개발 중인 곳은 에스씨바이오 뿐만이 아니다. 미국 바이오텍인 아리보바이오벤처스, 이뮤닉 등이 서투인6 효소의 염증 억제 기전을 토대로 신약 개발을 하고 있다. 아리보바이오벤처스는 우울증을 적응증으로 임상 2상 중이고 이뮤닉은 대장염을 적응증으로 임상 1상을 하고 있다.
경구용 면역항암제·ADC에도 도전장
에스씨바이오는 경구용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도 임상 단계에 올려놓았다. 췌장암 치료제인 'SCB002'는 올해 중 임상 1상에 진입할 예정이다. SCB008과 마찬가지로 서투인6 효소를 타깃한다.

서투인6는 유전체 안정성, DNA 수리, 대사조절 등에 두루 관여하는 효소다. 서투인6가 활성화되면 종양세포의 성장과 분열을 억제하는 항암효과를 낸다. 이 대표는 "서투인6 활성을 높여서 췌장암의 섬유화를 해결하는 약으로 개발하고 있다"며 "섬유화 저해는 물론 항암 효과도 확인했다"고 했다.

에스씨바이오는 SCB002의 단독요법이 췌장암 표준치료법인 화학항암제 젬시타빈과 파클리탁셀의 병용요법 보다 더 뛰어나다는 걸 동물실험에서 확인했다. 이 대표는 "SCB002를 젬시타빈-파클리탁셀 표준치료법과 병용했더니 모든 개체에서 종양이 100% 사멸하는 완전관해가 일어났다"며 "병용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SCB001'은 전임상이 진행 중이다. 올해 말께 임상 1상에 진입할 예정이다. 대장암, 폐암 등 고형암과 림프종을 적응증으로 검토 중이다. 종양미세환경에서 면역억제 신호를 줄이고 면역세포의 활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SCB001의 타깃은 CD73이다. CD73은 암세포 표면에 붙어있는 효소다. 아데노신에 인산기가 1개 달린 AMP를 아데노신으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아데노신은 세포 에너지 대사에 관여하는데, 면역억제 신호를 강화해 T세포, NK세포 등의 면역반응을 억제하기도 한다. SCB001은 CD73 효소 활성을 차단해 아데노신을 줄여서 면역세포 활성을 높여준다. 이 대표는 "현재 임상 중인 CD73 억제제들은 항체치료제여서 정맥주사제형으로 개발되고 있다"면서 "SCB001은 복약편의성이 뛰어난 경구제라는 게 강점"이라고 했다.

에스씨바이오는 차세대 항암제로 꼽히는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 'SCB010'도 구축했다. 세포독성 톡신을 페이로드로 쓰는 기존 ADC와 달리 면역항암 기술을 접목했다. 회사 측은 기존 ADC의 단점을 극복할 대안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 기존 ADC는 페이로드 독성 부작용이 여전히 심한데다 단기간에 극적인 약물 효과를 냈더라도 내성이 생겨 장기 투약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회사 측은 인간화 마우스를 통한 실험에서 SCB010을 투약한 마우스 10마리 가운데 5마리에서 완전관해를 확인했다. 이 대표는 "SCB010은 종양조직에서만 선택적으로 항암면역활성을 일으키기 때문에 세포독성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며 "저용량에서도 강력한 항암 효과를 냈다"고 했다. 이어 "기전적인 특성 덕분에 약물 반응이 있는 환자에게는 수년 동안 내성 없이 투약할 수 있을 것"이라며 "SCB010이 플랫폼 기술인 만큼 다양한 항체, 링커들과 조합해 다양한 암종에 적용할 수 있는 확장성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입약으로 캐시카우 마련…내년 IPO 목표"
에스씨바이오는 해외 도입 신약의 판권을 확보하며 수익 다각화에도 나섰다. 스웨덴 바이오텍 온코펩타이드스AB가 개발한 재발·불응성 다발골수종 치료제 '페팍스티(성분명 멜플루펜)'가 그것이다. 에스씨바이오는 희귀의약품으로 국내에서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내년 중 판매 승인을 기대하고 있다.

페팍스티는 암세포에 과발현된 효소를 이용해 약물을 활성화시키는 세계 최초의 펩타이드-약물결합체(PDC)다. 펩타이드 운반체에 멜팔란 유도체를 결합해 암세포 내 특정 효소와 작용해 선택적으로 활성화되도록 설계됐다.

현재 국내 다발골수종 치료제 시장 규모는 1000억원을 넘는다. 환자는 1만 명 안팎이다. 이 중 기존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거나 재발한 환자는 약 30~60%로 추산된다. 에스씨바이오는 페팍스티가 2024년 유럽의약품청(EMA)의 정식 허가를 받은 만큼 국내 허가 절차는 물론 시장 안착도 순조롭게 이뤄질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에스씨바이오는 혁신 신약 판권을 꾸준히 확보해나갈 계획이다. 이 대표는 "페팍스티의 국내 판권을 확보하면서 시장 분석, 마케팅 등의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가고 있다"며 "국내에 도입되지 않은 좋은 신약들을 하루 빨리 도입해 난치병 환자들을 돕겠다"고 말했다.

에스씨바이오는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페팍스티의 약제비 지원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국내 정식 허가를 받기에 앞서 환자들에게 치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조치다. 월 1800만원 상당의 약제비 전액을 지원해준다. 저소득층 환자에게는 비의료적인 지원도 제공하고 있다.

에스씨바이오는 지금까지 310억원을 투자 유치했다. 설립 이듬해인 2022년 3월에 프리 시리즈A로 60억원을 투자 받았고, 바이오 투자 혹한기였던 2023년 10월에도 11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지난해 9월에는 시리즈 B로 140억원을 유치했다.

에스씨바이오는 내년 코스닥 상장에 나설 계획이다. SCB008의 기술수출 계약을 낙관하고 있어서다. 이 대표는 "향후 20~30년 내에 글로벌 20위 제약사로 도약하는 게 목표"라며 "신약 잘 만드는 회사, 좋은 약을 많이 갖고 있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박영태 바이오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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