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발행사 지분을 사실상 직접 보유할 수 있게 됐지만 단독 설립 카드는 배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성패는 발행 자체보다 사용처와 유통망 확보에 달려 있어서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초기에는 대규모 이용자를 보유한 플랫폼이나 거래소와의 연계 여부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정착 속도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며 “은행으로서도 컨소시엄 형태를 통해 시장 리스크를 분산하고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이 현실적인 선택지”라고 했다.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어떤 은행이 네이버·두나무 연합과 손을 잡느냐다. 각각 플랫폼과 가상자산거래소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어 이용자 기반과 유통망 측면에서 단숨에 압도적 출발이 가능한 조합이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네이버, 두나무와 교집합 관계다. 네이버와는 공동으로 플랫폼 연계형 수시입출금 통장을 출시했다. 두나무와는 최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금융 서비스 공동 개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하나은행 단독으로 컨소시엄 지분 과반을 확보하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에 어떤 은행과 손을 잡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네이버는 하나 외에 신한·우리·농협은행과도 협업 관계를 맺고 있다.
카카오와 토스 역시 원화 스테이블코인 경쟁 구도에서 강력한 파트너로 꼽힌다. 두 플랫폼 모두 자회사로 인터넷은행을 두고 있지만 5대 은행과의 직접적인 지분 관계나 전략적 제휴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이 때문에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가 본격화하면 은행권이 이들 플랫폼과의 협상 경쟁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은행은 빗썸과 협업할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된다. 계좌 제휴를 통해 접점이 형성돼 있어서다. 대규모 이용자를 보유한 빗썸과의 결합은 코인 확산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신한은행은 계좌 제휴를 한 코빗이 자연스러운 선택지로 꼽히지만 다른 은행과의 연합 시나리오도 함께 거론된다. 우리은행은 삼성월렛과의 협업 가능성이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4대 금융그룹이 올해 일제히 디지털자산 생태계 선점을 핵심 목표로 제시하면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경쟁은 더 선명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신년사에서 “새롭게 형성되는 디지털 자산에서 먼저 고객과 사업 기회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도 “디지털 자산 생태계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화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은 각각 두나무, 우리금융과 지분 관계로 얽혀 있어 협업을 기대할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는 투자상품 설계, 토큰증권(STO), 유통 구조 설계 등에서 강점이 있어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주요 카드사도 은행과 접촉하며 기회를 모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미현/서형교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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