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큰화 시장이 뜨겁다. 토큰화란 실물자산이나 금융자산을 블록체인상의 디지털 토큰 형태로 변환해 소유권·권리를 표현하는 기술을 말한다. 이를 통해 투명한 소유권 기록, 빠른 거래·결제, 분할 소유 등이 가능해져 기존 금융 인프라를 효율화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STO(Security Token Offering)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주로 통용되는 표현은 토큰화(Tokenization), RWA(Real World Asset)이다.
일반적인 코인과는 달리 토큰화는 금융 규제의 영역이기 때문에 미국 금융 당국 관계자들의 관점을 참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의장 폴 앳킨스는 SEC 투자자 자문 위원회 미팅에서 토큰화 주제를 다뤘는데 주요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앳킨스 의장은 방송에 출연해 주요 은행들이나 브로커들이 점점 토큰화를 수용할 것이라 밝히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금융서비스 산업이 결국 이 방향으로 간다고 보십니까 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물론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세계의 시장 구조가 향하는 방향입니다. 10년이 걸리지도 않을 것이고 어쩌면 몇 년 안에도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토큰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다양한 시장참여자들이 관련한 사업을 전개하거나 준비하고 있다. 인상적인 점은 규제 당국과 소통하며 천천히 사업을 준비하는 기관이 있는 반면, 퍼블릭 블록체인의 특징을 활용해 규제를 받지 않고 이미 관련 사업을 빠르게 추진하는 곳도 있다는 것이다. 본 고에서는 다양한 시장참여자들의 토큰화 사업 현황을 소개한다.
블랙록의 CEO, COO는 최근 이코노미스트에 토큰화 관련 내용을 기고했는데 토큰화 혁명이 SWIFT(글로벌 송금 시스템) 에 버금가는 혁신이라 평했다. 특히 토큰화가 사모 시장, 부동산, 인프라 대체 자산을 효율화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 점에서 미루어볼 때 향후 블랙록의 토큰화 자산 대상이 채권에서 다양한 대체자산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참고로 블랙록은 ETF를 통해 성장한 회사이다. ETF가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고 투자 접근성을 향상시켜 대표적인 금융상품으로 자리 잡은 것처럼 블랙록 경영진은 토큰화가 미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는 것 같다.
코인베이스는 코인 커스터디, USDC 스테이블코인 파트너십을 통해 이미 블랙록과 직간접적으로 협력하고 있기에 블랙록이 토큰화 사업을 추진하면 관련 파트너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커스터디를 지원하거나, 베이스 기술 인프라를 지원하거나, 베이스 월렛을 지원하는 식으로 말이다.
코인베이스가 자체 블록체인인 베이스(이더리움 레이어2)를 운영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마도 토큰화된 주식은 베이스 내 Defi 생태계 내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테면 테슬라 주식을 베이스 체인에서 토큰화한 bTesla 토큰이 베이스 defi 생태계 Aave 대출 플랫폼에서 담보로 활용되거나 에어로드롬 DEX(탈중앙화 거래소) 거래 유동성 페어로 추가되는 식이다.
한편 코인베이스는 갤럭시디지털과 협력해 JP모간의 미국 상업 어음을 솔라나 블록체인상에 발행했다. 해당 딜에서 코인베이스는 커스터디 및 지갑을 제공하고 투자자로 참여했다. 코인베이스가 솔라나 블록체인과 협력하는 것을 선택한 것은 코인베이스의 토큰화 전략이 베이스 체인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개방형 전략을 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크라켄은 코인 거래소 치고는 비교적 토큰화 사업에 빨리 뛰어들었다. 이는 크라켄이 코인베이스 대비 낮은 시장점유율을 극복하기 위해 토큰화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찍은 것으로 해석된다. 크라켄이 토큰화 사업을 성공시켜 코인베이스를 역전할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하지만 로빈후드는 이미 고객들에게 상장 주식을 제공하고 있고 채권형 상품은 투기성 상품을 선호하는 로빈후드의 고객들에게는 적합한 상품이 아니다. 대신 로빈후드는 인기 있는 비상장 주식(스페이스X, 오픈AI)의 토큰화 주식을 제공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를 위해 로빈후드는 로빈후드벤처스를 설립하고 향후 리테일이 접근하지 못하는 비상장 주식에 주력할 계획이다. 로빈후두는 여타 블록체인을 활용하지 않고 아비트럼(이더리움 레이어2) 기반 자체 블록체인을 활용할 계획이다.
하이퍼리퀴드는 최근 HIP 3(Hyperliquid Improvement Proposals)을 도입했는데 쉽게 말해 누구나 일정 금액의 HYPE 토큰을 예치하면 하이퍼리퀴드상에서 자체 선물 시장을 만들고 운영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HIP 3 적용 이후 실물자산 토큰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트레이드엑스와이지는 나스닥 테크 지수 및 메이저 미국 주식(테슬라, 엔비디아, 메타, 로빈후드, 코인베이스 등) 토큰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벤추얼(Ventual)은 비상장 주식(스페이스X, 오픈AI, 앤트로픽 등)의 거래를 제공하고 있다. 사용자는 KYC를 하지 않고도 개인지갑으로 하이퍼리퀴드 생태계 내에서 토큰화 주식을 레버리지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지금은 하이퍼리퀴드 생태계가 뮤규제 이점을 활용해 토큰화 관련 사업을 빨리 영위하고 있지만 향후 시장이 커지고 규제가 강화되면 세금 등의 문제에 직면해 시장이 위축될 수도 있다.
토큰화 시장이 승자독식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메인넷 블록체인, 거래소·브로커리지, 토큰화 솔루션 제공사, 전통 금융사(자산운용사, 은행, 증권사), 스테이블코인 사업자, 토큰화 사업을 영위하는 코인 프로젝트 등 다양한 시장참여자들이 공생할 잠재력이 높다. 개인적으로는 토큰화 밸류체인에서 가장 높은 수혜를 보는 것은 금융사, 메인넷, 거래소라고 생각하는데 해당 주체들의 수수료 수입이 가장 클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토큰화 밸류체인에서 앞으로 어떤 주체가 가장 수혜를 받을 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한중섭 ‘어바웃 머니’, ‘비트코인 제국주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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