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연말 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중국 기업의 세계 자동차 판매 대수가 2025년 세계 1위를 기록하며 20년간 1위를 지켜온 일본을 제치고 중국이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전기차(EV) 경쟁력이 세계 자동차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 이에 일본 기업들이 대응책을 적극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일본 기업은 미국이나 EU의 휘발유차 규제완화를 기회로 삼아 일본이 강점을 가진 하이브리드차(HEV) 판매 촉진에 주력하고 있다. 이 기술은 이미 오래전에 개발됐고 개발비 등의 감가상각도 끝난 데다 복잡한 기계 구조로 인해 일본 기업이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일본 자동차 기업의 수익 확대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데 일본 기업으로서는 이 HEV를 최대한 활용해 자금을 축적하고 차세대 기술 투자에 주력하려는 방침인 것으로 보인다.
둘째, 시장별로 차별화된 대응 전략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장에서는 SUV 등 모델에서 내연기관차에 주력하는 한편, HEV를 병행하면서 트럼프 고관세 정책으로 인해 중국 EV가 진입하기 어려운 틈을 활용할 전망이다. 유럽 시장에서도 EU의 휘발유차 규제완화로 EV 보급 속도가 둔화하는 현상을 기회로 활용해 HEV를 앞세우고 유럽 차와의 연비 격차를 내세울 전략이다.
EV가 원래 부진한 일본 내수 시장의 경우 일본 기업은 중국 기업을 견제하는 품질 경쟁력을 계속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EV의 공세가 거센 동남아 시장에서 일본 기업은 EV 라인업을 강화하면서 기존의 서비스망과 일본 자동차에 대한 신뢰성 등을 무기로 시장 방어에 나서고 있다.
또한 중국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일본 기업들은 EV 성능 향상 및 고도화에 주력하면서 현지 빅테크 기업과 제휴해 자동차 디지털 서비스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자동차의 사토 고지 사장은 “중국 빅테크 기업 등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의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EV와 자동차의 디지털 서비스의 선진적 시장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휘발유차에 비해 EV의 SDV 성능 우위성이 확인되고 있다. 도요타는 이러한 차세대 자동차 기술과 서비스의 선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중국 EV 시장에서의 생존이 향후의 글로벌 전략에서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부진했던 도요타의 EV의 중국 매출이 최근에 다소 호전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셋째, 일본 기업들은 AI 및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생산 시스템 지능화에 한층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도요타는 공장에서의 단조(금속 강도 제고 위한 압축 성형) 라인에 피지컬 AI를 도입해 생산성 제고에 나서고 있다. 도요타는 엔비디아의 피지컬 AI 플랫폼인 Omniverse와 PhysX를 활용해 로봇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시뮬레이션하고, 질량·중력·마찰 등 물리 특성을 디지털트윈으로 재현해 로봇의 학습 시간을 단축했다. 이를 통해 고온·열악한 작업 환경을 회피하면서 숙련자의 노하우를 로봇에 반영하고, 용접·조작 등 고도의 기술을 자동화하여 스루풋(단위시간당 생산량)을 향상시키는 차세대 자율형 생산 시스템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EV나 SDV 분야에서 중국의 도약에 대한 일본의 고민은 한국에도 적용된다. 가장 먼저 전동화 기술에서 차별성을 확보해야 한다. 배터리 신소재 혁신을 주도하는 동시에 충전 인프라, 배터리의 원격 모니터링 등 디지털 통합에 대해서도 독자적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다만 휘발유차, HEV, EV, 수소차 등 다양한 차량에 대한 투자에서 오는 부담과 낭비를 억제하는 한편 SDV와 신서비스 간 연계 비즈니스를 선도적으로 개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생산 현장에선 피지컬 AI를 활용한 스마트공장화를 선도해야 할 것이다.
이지평 한국외대 특임강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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