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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입찰 담합 혐의' 제약사들 무죄 확정

입력 2026-01-07 06:00   수정 2026-01-07 08:49



대법원이 정부가 발주한 자궁경부암 백신 입찰에서 낙찰가를 담합한 혐의를 받은 제약사들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달 4일 SK디스커버리, 보령바이오파마, 녹십자, 유한양행, 광동제약,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등 6개사와 소속 임직원이 기소된 공정거래법 위반 및 입찰방해 혐의 사건에서 원심의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이들은 2016∼2019년 정부가 발주한 자궁경부암 백신 등의 입찰에 참여하면서 들러리 업체를 세우는 수법으로 짬짜미해 폭리를 취한 혐의로 2020년 8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을 재판에 넘기며 “백신 공동판매사와 들러리 업체 간에는 실질적인 경쟁관계가 없었음에도, 형식적으로 복수 업체가 입찰에 참여한 것처럼 꾸며 자유경쟁을 저해했다”고 주장했다.

1심은 검찰 손을 들어줬다.업체에 따라 3000만~7000만원, 임직원에게는 300만~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제약사들이 백신 입찰에서 낙찰을 목표로 입찰가를 미리 조율하고, 일부 도매업체를 들러리로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경쟁을 가장해 입찰 절차의 공정성을 해쳤다는 것이다. 하지만 2심은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각 입찰은 구조적 특수성으로 인해 공동판매사와 나머지 업체 간에 실질적인 경쟁 관계가 존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들러리 행위로 인해 경쟁 제한적 효과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고, 가격 등 거래조건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존재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당시 질병관리본부가 시행한 백신 제품별 입찰에서 최종 낙찰자로 선정되려면 제조사로부터 공급확약서를 발급받아야 했다.그런데 백신 유통업체가 다국적 제약사(제조사)와 공동판매 계약을 맺고 유통해온 만큼 사실상 공동판매사만이 확약서를 받을 수 있었고, 이러한 상황은 '공정한 자유경쟁을 통한 적정한 가격 형성'이라는 전제 자체가 성립하기 어려운 입찰이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형사재판에서 유죄로 인정하려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증명돼야 한다”며 원심의 사실 판단과 법리 해석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3년 7월 이 사건과 관련해 과징금 409억원을 부과했지만, 형사재판에서는 담합의 고의와 경쟁 제한성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가 확정됐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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