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춤추는 영화배우 문소리, 강의하는 K팝 안무가 리아킴을 만나는 특별한 공연이 관객을 곧 만난다. 현대무용 안무 인생 40년을 지난 안애순이 배우 문소리와 리아킴을 자신의 신작에 내세웠다. 안애순의 뮤즈가 된 두 사람은 '춤이 말하다: 문소리 X 리아킴'에 출연해 이 시리즈의 새로운 장을 연다. 연기와 춤이라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활약한 이들은 안애순이 확립한 렉처 퍼포먼스 형식의 무대에서 색다른 면모를 보여줄 예정이다.

렉처 퍼포먼스라는 형식은 생소하다. 무용수가 무대 위에서 자신의 삶과 춤을 직접 말하도록 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추상적인 이미지로만 소비되던 춤을 보다 다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안애순이 2013년부터 천착한 형태다. 춤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말이 없어서' 어렵게 느낄 수밖에 없는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 들었던 형식이다.
이번 무대의 중심에는 각자 몸에서 축적된 시간이 소개된다. 배우 문소리는 연기를 통해 쌓인 신체의 기억을 몸짓으로 가져온다. 수많은 캐릭터들을 통과하며 호흡과 근육의 리듬을 바꿔야 했던 시간, 감정 이전에 몸이 먼저 반응해야 했던 순간들이 말과 움직임으로 이어진다. 연기가 감정의 표현으로 그치는 게 아닌 신체를 다시 조직하는 과정이었음을 증언하는 것이다.

리아킴은 스트리트 댄스를 기반으로 K팝 퍼포먼스 영역까지 활동을 확장해 온 안무가다. 끝없는 연습과 완벽함에 대한 강박, 홀로 버텨야 했던 시간은 그의 몸에 고스란히 축적돼 있다고. 리아킴 댄스의 기술적인 완성, 화려한 퍼포먼스를 기대한다면 다소 거리가 있을 수 있다. 그는 형식을 내려놓은 상태에서 몸이 반응하는 감각을 집중적으로 탐구할 예정이다. 춤이 안무가로서 성취를 증명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도 읽을 수 있다.
연출을 맡은 안애순 안무가는 이번 작업을 "각자의 영역에서 고립을 경험해 온 두 몸이 춤이라는 공통의 언어를 통해 서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타인과의 접촉 앞에서 움츠러들던 몸, 차가운 연습실 바닥에서 단련된 몸이 무대를 마주하는 상반된 순간에 주목했다. 이 작품에서 춤은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고립과 상처, 회복을 통과한 신체가 자신을 증언하는 방식으로 쓰인다.
이번 신작은 강북문화재단과 안애순컴퍼니가 협력해 제작한 작품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5년 지역중심 예술과 기업 동반성장 지원사업에 선정돼 제작됐다. 수도권과 부산 등 9개 지역 문화재단의 공동기획 참여로 지역 기반 창작 공연 확장 가능성도 모색할 계획이다. 신작은 오는 22~23일 서울 강북문화예술회관 강북소나무홀에서 초연한 뒤, 수도권과 부산 등 한해동안 전국 투어를 이어간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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