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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산업 ‘슈퍼사이클’ 시대, 부품업계의 새로운 기회 [삼일 이슈 프리즘]

입력 2026-01-07 09:24  

이 기사는 01월 07일 09:2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팬데믹이라는 전례 없는 위기를 지나온 글로벌 항공산업이 단순한 정상화를 넘어서 역사적 호황기로 재도약하고 있다. 2024년 세계 여객 수요는 이미 2019년 수준을 뛰어넘었고, 생산을 대기 중인 글로벌 민간항공기 주문 잔고는 약 1만5300대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향후 10년 이상에 해당하는 작업량이 확보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장의 핵심 동력은 ‘신규 수요’와 ‘교체 수요’가 동시에 작동하는 이중 사이클이다. 코로나19 이후 억눌렸던 여행 수요의 폭발적 회복과 중국·인도 등 신흥시장의 중산층 확대가 신규 수요를 견인하는 가운데, 2000년대 대거 도입된 항공기들의 교체 주기 도래, 연료 효율 개선, 안전규제 강화 등에 따른 교체 수요가 항공기 생산 증대를 촉진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의 이중 사이클 아래에서 글로벌 완제기 제조사들은 사실상 풀 가동 체제에 들어섰고, 항공 부품업계 역시 구조적 성장의 수혜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공급망 병목, 위기인가 기회인가
생산 확대에도 불구하고 항공기 최종 인도가 지연되는 것에는 몇 가지 단기적 요인이 작용한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재무적으로 취약한 항공 부품사들이 퇴출됐으며, 이는 항공업 전반의 공급 병목을 야기했다. 특히 에어버스는 엔진 제조사의 납기 지연과 정비 적체, 객실 시트·인테리어 부족 등을 주요 제약 요인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이는 코로나19 기간 중 발생한 생산 차질의 후유증으로, 공급망 정상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에 가깝다. 실제로 엔진과 내장재 공급은 점진적으로 회복하고 있으며, 글로벌 완제기 제조사의 생산 속도도 개선되고 있다. 보잉은 최근 B737의 생산량을 기존 월 38대에서 42대로 증산하는 것을 미국 연방항공청으로부터 승인받았으며 앞으로도 매 6개월마다 월 5대씩 생산량을 추가로 늘릴 계획이다. 또한, 에어버스는 A320의 생산량을 기존 월 50대에서 2027년까지 월 75대로 증산하는 것으로 계획 중이다. 결국 부족한 것은 수요가 아닌 시간으로, 병목 현상은 매출 소멸이 아닌 이연(移延)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공급망이 회복되면서 밀린 인도와 매출이 순차적으로 실현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항공업의 최근 흐름은 조선업에서 나타난 슈퍼사이클과 매우 높은 유사성을 보인다. 조선업은 2024년, 17년 만에 최대 발주를 기록하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컨테이너선, 탱커를 중심으로 글로벌 오더북(수주 잔량)을 사상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규제 강화와 대체연료 선박 수요는 신규 발주를 촉진했고, 주요 조선소의 건조 슬롯은 2027~2028년 인도분까지 사실상 만원 상태다.

항공과 조선 모두 교체 사이클, 규제 압력, 공급 능력 제약이라는 세 가지 구조적 요인에서 유사성을 보인다. 항공은 연료 효율과 안전 규제, 조선은 탄소감축 규제와 친환경 연료 전환이 발주를 밀어주고 있다. 두 산업 모두 생산 능력이 제한적이어서 주문·발주 후 실제 납품·운송까지 걸리는 리드타임이 길어지고, 이는 가격과 마진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비교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공급망 제약이 항공 및 조선산업 내 기업가치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으며, 그 결과 부품업계의 전략적 가치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항공에서는 생산량 증가와 함께 인증·납기 이력이 검증된 공급사에 물량을 집중하고 장기 계약을 확대하고 있다. 조선에서도 슬롯 부족 및 새로운 규제 대응을 위해 고부가 부품 기술을 보유한 협력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 제조업 호황기에서 진정한 수혜자는 공급망 병목을 풀어줄 역량을 가진 부품업체라고 할 수 있다.
공급망 병목 속 ‘검증된 공급사’의 지위 강화
주요 완제기 제조사들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 중견 부품사들의 위상도 과거 대비 크게 높아졌다.

한 국내기업은 여객기 동체의 뼈대를 이루는 스트링거(Stringer)와 대형 구조물, 복잡한 가공이 필요한 티타늄 부품 등 까다로운 핵심 부품을 생산하며 세계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5축 정밀가공 역량을 기반으로 에어버스 A320 프로그램에 승인된 공급망 내 핵심 협력사로 참여하고 있으며, 보잉 737·777 등 민항기 구조물뿐 아니라, 보잉 디펜스의 차세대 고등 훈련기 T-7A 제작 사업에도 부품을 공급하며 민항과 방산을 아우르는 입지를 구축했다.

이처럼 민항·방산을 포괄하는 폭넓은 작업 범위와 개별 부품마다의 까다로운 인증을 통과한 실적은 글로벌 완제기 제조사로부터의 신뢰를 공고히 하는 기반이 되고 있으며, 이렇게 쌓아온 높은 진입장벽과 공급망 내 지위는 일시적인 경기변동을 넘어, 지속적으로 기업가치 창출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자산이라 할 수 있다.

수십 년간 축적한 제조 노하우와 품질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보잉과 에어버스의 주요 기종에 핵심부품을 공급하는 부품사들은 글로벌 완제기 제조사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공급망 불안정성이 커질수록 완제기 제조사들은 대규모 양산능력과 품질·납기 측면에서 검증된 업체들을 우선 활용할 유인이 크다.
‘저평가’ 항공 부품사의 재평가 가능성 주목
최근 공급 병목현상으로 인한 일부 항공 부품주의 단기 실적둔화는 여러 우량기업들을 저평가 상태에 머물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몇몇 부품사의 2023~2024년 수익성이 일시적으로 악화되면서 주식시장에서는 항공산업의 장기적 수요구조 대비, 해당기업의 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이러한 부진은 업황 악화보다 공급망 혼선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다수 업체의 경우 매출이 소멸한 것이 아니라 수주잔고로 이연돼 있으며, 병목현상 완화 시 실적이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다. “항공 부품주들의 실적 턴어라운드 가시성이 높아질 경우, 현재의 할인요인이 점차 완화되며 일정수준의 가치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내 사모펀드를 비롯한 재무적·전략적 투자자들도 이러한 구조적 요인에 주목해 왔다. 기술력과 고객 기반을 갖춘 항공 부품사를 선별적으로 발굴해 온 투자자들은 최근 대형 수주 계약으로 사업 기반이 부각된 중견 부품사를 대상으로 투자를 검토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항공산업 재편 과정에서 우량 부품사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이들 기업의 가치가 어떤 속도와 방식으로 재평가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병목은 사라지되, 공급망 지위는 남는다
항공기 부품업계를 짓눌렀던 공급병목의 그림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옅어질 것으로 보인다. 엔진·내장재 병목 해소와 함께 정상적인 생산 사이클로의 회복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글로벌 완제기 제조사와 엔진사들의 대규모 투자와 공급망 재편 노력은 이미 진행 중이다. 현재 어려움이 해소되고 나면 핵심 공급사로서의 위상과 그동안 축적된 수주 기회는 결국 준비된 국내 부품 제조사들의 몫으로 돌아갈 것이다.

동시에 이러한 긍정적 전망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성장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업계 전반에서의 혁신도 이뤄져야 한다. 최근 PwC가 발간한 ‘2026년 항공우주·방위산업 리더들이 주목해야 할 10대 성장 전략’ 보고서는 항공업계 시장구도 재편 과정에서의 경쟁우위 확보를 위한 몇 가지 조언을 제시한다. 생산공정 및 관리체계 전반에 걸친 AI와 디지털 전환을 통한 효율화를 비롯해, 자본배분의 우선순위와 기술투자 방향성에 대한 과감하고 전략적인 경영판단, 엔지니어, 숙련 기술자 등 인력투자 확대를 통한 차세대 프로그램 수행역량 구축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선제적인 대응과 준비를 통해 국내 항공 부품업계가 항공산업 슈퍼사이클이라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에 진정한 수혜자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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