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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남아 계세요?"…KT 위약금 면제에 '공포 마케팅' 반복 [이슈+]

입력 2026-01-08 07:30   수정 2026-01-08 09:15


KT 위약금 면제 발표 이후 일부 대리점에서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공포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KT 해킹 사태를 영업에 활용해 가입자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식이다. SK텔레콤 위약금 면제 당시 문제 됐던 공포 마케팅이 또다시 반복돼 궁극적으로 통신업계 전반의 신뢰가 깨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한 SK텔레콤 대리점은 'KT 해킹 사태 아직도 남아 계세요?'라는 현수막을 전면에 내세웠다. 해당 현수막은 SK텔레콤 본사 측 제지로 KT 위약금 면제 첫날인 지난해 12월 31일에 바로 내려갔다. '다 털린 KT 못 써!! 지켜준 SK 써, 써, 써!! 보안 1등 SKT' 등의 문구를 외벽에 붙인 대리점도 있었다.

공포 마케팅은 온라인까지 확산하고 있다. 일부 SK텔레콤 직영대리점은 블로그를 통해 '역대급 골든타임'이라 강조했다. KT 서버 해킹 사태, 위약금 면제, 환급 절차 등을 상세히 적어 가입자를 유치하는 식이다.

이동통신3사(SK텔레콤·KT·LG유플러사)를 함께 취급하는 판매점 네이버 블로그, 카페 게시글에서도 유사한 글이 올라오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KT 이용자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번호이동을 고려하게 만든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SK텔레콤은 KT 위약금 면제 첫날인 지난해 12월31일부터 판매채널에 금지 문구 가이드를 배포했다고 설명했다. 판매채널에서 진행하는 마케팅이 공포 마케팅으로 변질되지 않기 위해서다. 특정 사업자를 지칭하거나 연상시키는 표현을 제지하고, 경쟁사 이슈를 활용해 고객 불안을 자극하는 문구를 사용하지 않도록 안내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대리점에서 공포 마케팅을 하지 않도록 '가이드'를 배포하고 최대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공포 마케팅이 이통사 위약금 면제 시기 때마다 반복된다는 점이다. SK텔레콤 위약금 면제 당시 경쟁사 대리점에서 'SK탈출 기회', ''과학기술통신부 “SK 더 사용하지 말고 옮길 것!!'이란 문구를 외벽에 붙이거나 현수막을 만들어 광고하기도 했다.

당시 일부 KT 광역본부에서는 직원들에게 가입자 유치를 위해 위약금 면제 내용이 담긴 이미지로 프로필 사진을 교체하라는 메일을 발송했다. 일부 대리점 사이에서는 "해킹은 내 정보를 털기 시작해 나중엔 내 인생이 털리는 것", "지금은 내 번호가 우리 아이에게도 위험이 될 수 있다" 공포를 조장하는 고객 대응 시나리오가 공유되기도 했다.

SK텔레콤은 당시 KT가 이용자 불안감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에 조사 요청 신고서를 제출한 있다. 보안 사고를 영업에 활용하는 것 자체가 통신 시장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공포 마케팅을 문제 삼았던 SK텔레콤이 상황이 반전되자 가입자 우려를 자극하는 마케팅 방식에 손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공포 마케팅으로 경계했던 영업 행태가 상황에 따라 반복된다면 시장 신뢰는 물론 비판 설득력도 약화된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안 사고의 경중과는 별개로 경쟁사의 보안 사고를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방식은 단기적인 가입자 유치에는 도움이 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시장 전체의 신뢰를 갉아먹는다”고 고 말했다.

번호이동 시장이 과열되면서 공포 마케팅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으로 풀이된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위약금 면제가 시작된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전날까지 KT에서 타 이통사로 번호이동한 가입자는 총 10만7499명에 다다랐다. 특히 전날 하루에만 KT에서 2만8444명이 이탈했다. 전산 휴무였던 일요일 개통분이 반영된 지난 5일(2만6394명)보다 많은 수치로 하루 기준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공포 마케팅은 통신 시장 전반의 보안 역량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이통3사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입자 뺏어오기가 과열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공정한 경쟁차원에서 공포 마케팅은 옳지 않다. 이미 이통3사 모두 해킹에 취약한 점이 드러난 상황에서 소비자 신뢰가 더 악화되는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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