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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일본 화낙(FANUC)이 일본 증시의 블루칩으로 부상하고 있다. 생산기계 업황 회복에 더해 엔비디아와의 피지컬 AI(물리 기반 인공지능) 협력 소식이 겹치면서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은둔 전략 버리고 협업 강화

7일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화낙 주가는 최근 한 달 새 8.84% 올랐다. 지난 6개월간 상승률은 70.71%에 달해 같은 기간 닛케이225지수 상승률(31.26%)을 두 배 이상 웃돌았다.
화낙은 산업용 로봇, 공장자동화(FA) 시스템, 공작기계 등 세 분야 모두에서 글로벌 1위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화낙의 절삭기계와 생산 로봇은 애플의 아이폰, 삼성전자의 갤럭시, 테슬라 전기차 등 주요 글로벌 제조업체의 핵심 생산 장비로 쓰인다.
화낙은 오랫동안 ‘갈라파고스 전략’이라고 불리는 폐쇄적 운영으로 유명했다. 본사는 도쿄에서 3시간 떨어진 후지산 인근 야마나시현 오시노촌에 있으며, 2023년에야 사내 시스템을 전자화했다. 지난달 미국 엔비디아와의 협력 계획을 발표해 주목받았다. 양사는 화낙의 산업용 로봇에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반도체를 접목해 사람의 언어를 이해하고 협업 가능한 차세대 지능형 로봇을 개발할 계획이다. 기존 로봇은 정해진 코딩에 따라 단순 반복 작업을 수행했지만, 피지컬 AI는 엔비디아의 가상공간에서 학습된 AI 모델이 현실의 물리 법칙을 이해해 로봇을 제어하는 기술이다. 화낙은 자사 로봇을 오픈소스 플랫폼에서도 제어할 수 있도록 ‘깃허브(GitHub)’에 관련 드라이버를 공개했다. 자사 로봇이 피지컬 AI 생태계의 핵심 기반이 되도록 유도한 것이다.
폐쇄성을 고수하던 화낙이 외부 협력을 확대하는 배경에는 피지컬 AI 시장 성장 기대와 함께 경쟁사의 움직임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그룹이 지난해 10월 로봇 시장 2위 업체인 ABB의 로봇 부문을 54억7500만달러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JP모간 “7000엔 간다”
화낙은 2025회계연도 상반기(2025년 4~9월) 매출 4076억엔, 영업이익 860억엔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13.71% 증가했다. 불황기에도 세계적인 공급망 재편과 각국의 리쇼어링(생산기지 본국 회귀) 기조 속에 호실적을 기록했다. 미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이 가속화하면 수혜를 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화낙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776억엔에서 올해 2003억엔, 2027년 2236억엔으로 매년 10% 안팎의 성장이 기대된다.JP모간은 화낙이 AI 경제 생태계의 핵심 플레이어로 재평가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목표주가를 7000엔으로 제시했다. 마루야마 다쓰야 JP모간 애널리스트는 “현재 공장 가동률이 75% 수준인데, 공장 증설 없이 AI 기반 수요만으로 가동률이 100%까지 올라간다고 가정할 경우 연간 순이익은 600억엔 이상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주가 급등으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도 커졌다. 이날 기준 화낙의 PER은 33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월가 22개 투자기관의 평균 목표주가는 5791엔으로 현재 주가보다 9.92% 낮다. 이 중 13개 기관은 ‘매수’, 9개 기관은 ‘보유’ 또는 ‘매도’ 의견을 제시했다. 아이리스 정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는 “경영진이 하반기 수주가 상반기와 비슷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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