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투자 흐름이 확산하면서 인텔 주가가 급등했다. 그동안 AI 대표 수혜 주로 꼽히지 않았던 인텔이 중앙처리장치(CPU)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중심으로 재조명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인텔 주가는 장중 6% 이상 오르며 S&P500 상승 종목 가운데 선두에 섰다.
그동안 AI 투자 열풍의 중심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AMD, 그리고 브로드컴, 마벨 테크놀로지가 공동 설계한 맞춤형 AI 칩이었다. PC와 서버용 CPU에 집중해온 인텔은 상대적으로 소외됐고, 자체 AI 가속기 전략 역시 시장의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월가에서는 AI 시스템이 고도화될수록 CPU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는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급등하면서 서버 전반의 병목 현상이 CPU 영역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기대가 주가에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미즈호의 조던 클라인 애널리스트는 “온라인상에서 서버용 CPU 가격 인상 가능성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클라인은 이런 기대가 과도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전날 인텔 IR팀과의 미팅을 언급하며 “공급이 빠듯하다는 논의는 차세대 PC 칩에 집중돼 있었고, 서버 제품의 대규모 가격 인상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말했다.
짐 존슨 인텔 클라이언트컴퓨팅그룹(CCG) 수석부사장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메모리 수급난을 언급하며 “고객들이 대응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2026년에는 시리즈3을 기반으로 점유율을 크게 높일 기회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인텔은 이번 주 CES에서 차세대 코어 울트라 시리즈 3 프로세서를 공개했다. 이 제품은 인텔의 최신 18A 공정으로 설계된 첫 CPU로, 전 세계 200개 이상의 AI PC 설계에 채택될 예정이다.
서버용 CPU 사업을 둘러싼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존 피처 인텔 국제관계 담당 부사장은 지난달 바클레이스 콘퍼런스에서 “서버 CPU 수요를 끌어올리는 요인을 아직 완전히 파악하는 중”이라며, GPU 투자 확대가 CPU 예산을 잠식할 것이라는 기존 관측과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력 제약을 받는 고객들이 “5년 이상 된 칩을 최신 칩으로 교체하는 것만으로도 전력 효율을 약 80%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엔비디아는 자체 CPU ‘그레이스’를 ‘그레이스 블랙웰’ 시스템에 탑재해 판매하고 있으며, CES에서 차세대 ‘베라’ CPU도 공개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새 랙(rack)에 기존 x86 CPU를 넣지는 않을 것”이라며 인텔과 AMD를 겨냥한 듯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D.A. 데이비드슨의 길 루리아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엔비디아 같은 전통적인 AI 수혜주를 넘어 인텔과 메모리 관련 종목 등 주변 영역으로 시선을 넓히고 있다”며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 사이클이 이들 기업에도 성장 동력을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파운드리 사업도 주가의 핵심 촉매로 거론된다. 가벨리 펀즈의 마키노 류타 애널리스트는 퀄컴이 삼성전자 파운드리와의 협력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를 언급하며, “퀄컴이 인텔에도 생산을 맡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26년 하반기나 2027년 상반기에 인텔 18A 또는 14A 공정의 대형 고객을 확보한다면, 그것이 올해 인텔 주가의 최대 촉매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X(옛 트위터)에 올린 영상에서 “14A 공정에서 강한 모멘텀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텔 주가 급등은 AI 경쟁의 무대가 GPU를 넘어 CPU와 파운드리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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