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에 대하여>로 모성과 폭력이라는 금기를 건드린 라이오넬 슈라이버가 신작 <마니아, 평등에 미친 시대>로 다시 한번 시대의 신경을 정면으로 찌른다. 이번 표적은 ‘평등’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평등이 동일함으로 변질될 때 발생하는 집단적 광기다.소설은 지극히 평범한 두 친구 피어슨과 에머리의 40년에 걸친 우정을 따라간다. 이들의 관계는 젠더 논쟁과 차별 이슈, 정치적 올바름이 극단으로 치달은 사회 속에서 서서히 균열한다. 누군가는 순응을 선택하고, 누군가는 끝까지 생각하려다 추방된다. 작가는 이 과정을 통해 특정 이념을 비난하기보다 우리가 왜 ‘선한 명분’ 앞에서 사고를 멈추는지 묻는다.
이 작품의 가장 섬뜩한 지점은 폭력이 언제나 제도나 검열의 얼굴로만 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사회가 조용히, 집단적으로 거짓에 동의하는 순간, 관계는 무너지고 언어는 처벌 도구가 된다. 블랙코미디 특유의 냉소와 정밀한 심리 묘사가 웃음을 유발하는 동시에 불편한 자각을 남긴다.
이 책은 분열을 조장하는 소설이 아니다. 오히려 분열이 어디서 시작됐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평등은 언제나 선한가, 그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 이 소설은 그 질문을 독자의 손에 남긴 채, 오래도록 불편한 여운을 남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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