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연대할 계획이 있으십니까?"
8일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의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첫 번째로 나온 질문이다. 전날 12·3 비상계엄에 전격적으로 사과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개혁신당의 상징 색깔인 '주황색' 넥타이를 매고 나오면서 나올 수밖에 없던 질문일 터다. 실제로 온라인은 "장 대표, 이준석 대표와 합치는 거냐", "장 대표, 이 대표에게 러브콜 보내는 거냐"는 반응들로 술렁였다. 결국 천 원내대표는 "국민의힘과의 연대 이런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에 진땀을 빼야만 했다.
특히 정치인에게 넥타이 색깔은 많은 의미를 가진다. 빨강, 파랑, 초록, 주황, 노랑 등 여러 색깔이 정당의 상징색과 겹친다는 점에서 정치인은 자신의 소속감을 드러내기도 하고, 상대 진영에 대한 통합의 의지를 드러내기 위해 이용하기도 한다. 때때로 자신의 정치적 노선을 바꾸겠다는 시그널을 대중에 보낼 때도 쓴다. 즉, 정치인의 넥타이 색깔에는 숨기고 싶지 않은 '의도'가 담겨 있다는 뜻이다.

가장 최근 넥타이 색깔로 화제의 중심에 섰던 인물은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다. '보수의 거목'으로 평가받는 홍 전 시장은 지난해 5월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낙선하고 떠난 미국 하와이에서 자신의 페이스북 프로필을 파란색 넥타이를 착용한 사진으로 변경했다. 이때는 그가 특히 국민의힘을 비판하던 때라서 대중들은 "민주당 지지를 선언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하자, 홍 전 시장은 변경 4시간 만에 다시 빨간색 넥타이를 착용한 사진으로 변경했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 또는 협치나 통합의 메시지를 전달할 때도 넥타이 색깔은 유용하다. 2023년 윤석열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 국빈 방문 기간 대부분 행사에서 사우디의 상징색인 녹색 넥타이를 착용해, 현지 관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윤 대통령은 또 대선 출마를 선언한 2021년 '회색' 넥타이를 매 주목받기도 했다. 당시 정치권은 그가 국민의힘 입당을 둘러싼 해석과 거리를 두려는 의도로 해석하곤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말 청와대로 첫 출근하면서 빨간색, 파란색, 흰색이 교차한 넥타이를 맸다. 청와대는 "소통과 통합의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에도 열흘 넘게 파란색과 빨간색이 어우러지는 넥타이를 매고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지난해 총리 취임식에 빨간색 넥타이를 매고 나오며 "제가 파란 넥타이를 맸건, 빨간 넥타이를 맸건, 무슨 차이가 있겠냐"고 통합의 의지를 내비쳤다.
양극화된 한국 정치처럼 상대 정당의 상징색을 선택하는 것은 정치적 '결별'로 해석되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일종의 '금기'로 통하기도 한다. 2024년 민주당 탈당 후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한 이상민 의원은 첫 회의에 빨간색 넥타이를 매고 나와 "제가 민주당에 있다 보니까 애써 파란색으로 색을 맞춰 빨간색은 금기였다"고 떠올렸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탄핵 정국에서 푸른색 넥타이를 맸더니 유튜브 댓글에서 배신자라더라"고 했다.정치적 결별의 의미로 넥타이 색깔을 사용해 화제를 모은 정치인은 2024년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탈당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장에 빨간색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다. 이 전 대표는 "상의와 잘 어울리는 색을 골랐을 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없었다. 이 전 대표의 보좌진이 쓴 책 제목이 '이낙연은 넥타이를 전날 밤에 고른다'였다. 실제로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이미지를 드러내는 모든 요소를 직접 꼼꼼하게 확인하는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인의 넥타이 색깔은 더 이상 개인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지지층과 상대 진영 모두를 향한 일종의 메시지로 받아들여진다"며 "의도와 무관하게 해석이 정치적 파장을 낳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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