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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억 우주·민족의 혼 황소…김환기·이중섭에 마음 뺏기다

입력 2026-01-08 17:39   수정 2026-01-09 02:52


사물을 보고 분별하는 견해. 안목(眼目)이란 단어는 눈(目)을 두 번 써야 완성된다. 하나의 시선에 또 다른 시선이 겹치는 곳에 가치가 있다는 의미일 터다. 아름다움을 찾는 시각예술을 논할 때 이런 ‘시선의 중첩’이 중요하다. 회화건 조각이건 결국 수많은 눈길이 머물게 한 작품이 비로소 불멸의 생명력을 얻기 때문이다.

아르떼가 ‘나의 최애 예술가, 가슴에 남은 인생 명작’을 주제로 문화예술 애호가 36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는 시각예술을 즐기는 한국 대중의 시선이 어느 좌표에 모여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지난달 16일부터 2주간 아르떼 플랫폼에서 진행한 미술 분야 조사를 요약하면 이렇다. “여전히 이중섭의 거친 숨결에 열광하고, 김환기의 푸른 점이 투사하는 영원을 꿈꾼다.”
한국을 품은 시선: 중섭의 ‘황소’, 환기의 ‘우주’
미술 분야 설문조사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한국 미술작품’과 ‘한국인 작가’, ‘해외 미술작품’과 ‘해외 작가’를 축으로 미적 지형도를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한국 미술에서 대중의 시선이 밀도 있게 겹친 지점에는 이중섭(1916~1956)과 김환기(1913~1974)가 있었다. 최애 한국 미술작품을 묻는 질문에 이중섭의 대표작 ‘황소’(1950년대)가 79표로 1위에 올랐고, 김환기가 각각 1970년과 1971년 그린 대표작인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와 ‘우주(Universe) 5-IV-71 #200’이 62표로 공동 2위에 자리했다.

이중섭의 ‘황소’는 한국 근현대미술을 상징하는 작품 중 하나다. 서글서글한 눈망울을 지닌 채 묵묵하게 일하는 황소는 작가의 자화상인 동시에 민족의 정서적 원형이다. 김환기의 두 작품은 한국 추상미술이 도달한 최고의 미학을 보여준다. ‘우주’는 2019년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한국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132억원)를 썼다. 가장 사랑하는 한국 작가를 꼽는 항목에선 순위가 바뀌었다. 김환기가 94표로 1위에 올랐고, 이중섭은 74표로 2위를 차지했다. 세계 미술사에 비디오아트라는 새로운 장(章)을 펼친 백남준(1932~2006)이 53표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해외로 뻗는 시선: 고흐와 모네, 클림트까지
현대미술의 파격이 쏟아지는 요즘에도 대중의 안목은 인상파 화가들이 포착한 찬란한 빛으로 향했다. 최애 해외 작가를 묻는 질문에선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와 클로드 모네(1840~1926)가 각각 106표와 98표로 1, 2위를 차지했고, 두 작가의 대표작인 ‘별이 빛나는 밤’(1889)과 ‘수련’ 연작(1890~1920)이 110표와 104표를 얻어 최애 해외 미술작품으로 꼽혔다. 고흐와 모네의 뒤를 이은 작가는 19표를 받은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였다. 그의 작품 ‘키스’(1907~1908) 역시 미켈란젤로(1475~1564)의 ‘아담의 창조’(1511)와 함께 25표를 받아 최애 해외 작품 3위에 올랐다.

유승목 기자 m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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