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나 한 번쯤 무언가에 깊이 매료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주말마다 경기장을 찾는 축구 팬의 열정이나 팝스타 공연을 좇는 마니아의 마음도 사소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찰나의 순간에서 시작된 호기심은 ‘팬심’이 되고 일상을 지탱하는 ‘원동력’이 된다. 순수 예술도 예외는 아니다. 우연히 들은 피아니스트의 강렬한 타건은 전 세계 공연장을 찾아다니게 하고, 귓가에 맴도는 교향곡의 한 구절은 클래식 마니아를 만든다.
오늘날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아티스트와 작품은 무엇일까. 국내 최대 문화예술 플랫폼 아르떼에서 답을 찾아봤다. 문화예술 애호가 366명이 ‘나의 최애 예술가, 가슴에 남은 인생 명작’을 주제로 각 분야에서 가장 사랑받는 아티스트와 작품 등을 선정한 결과다.
클래식음악 분야에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한국인 아티스트는 피아니스트 임윤찬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32.8%(120명)가 임윤찬을 꼽아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임윤찬은 2022년 미국 밴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한 피아니스트다. 2024년 클래식 음반 시상식 ‘그라모폰 클래식 뮤직 어워즈’에서 ‘쇼팽: 에튀드’ 음반으로 2관왕(피아노·올해의 젊은 예술가 부문)을 차지하는 등 세계 무대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한국인 피아니스트가 그라모폰상을 받은 건 그가 처음이다.

2위는 104표(28.4%)를 얻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었다. 조성진은 2015년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며 이름을 알린 연주자. 지난해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그라모폰(DG)을 통해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1875~1937) 탄생 150주년 기념 앨범(2종)을 발매하고, 세계 투어를 하며 존재감을 톡톡히 과시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마에스트로 정명훈(10.7%·39표)은 3위였다. 정명훈은 지난해 5월 이탈리아 오페라 최고 명가인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의 차기 음악감독으로 선임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해외 지휘자 분야에선 클라우스 메켈레가 22.4%(82표)로 1위를 차지했다. ‘젊은 지휘 거장’ 메켈레는 2022년 불과 26세의 나이로 세계 3대 악단 중 하나인 네덜란드 로열콘세르트헤바우오케스트라(RCO) 차기 상임지휘자로 발탁돼 화제를 모았다.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해외 피아니스트는 ‘피아노의 황제’ 예브게니 키신(18.3%·67표)이었다. 17세 때 카라얀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 음악회 솔리스트로 발탁된 데 이어 19세 때 미국 카네기홀의 100주년 기념 공연 오프닝 무대 주인공으로 선정돼 유럽과 미국 클래식 음악계를 뒤흔든 천재 피아니스트다. ‘완벽주의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이 2위, 다닐 트리포노프가 3위에 올랐다. 해외 바이올리니스트 분야에선 힐러리 한(19.9%·73표·사진)이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교향곡은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16.1%·59표)으로 나타났다. 2위는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10.1%·37표)이 차지했다.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 그 뒤를 이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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