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니스 투어 환경이 척박한 한국이지만, 세계 톱랭커의 맞대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현대카드는 2005년 마리아 샤라포바(당시 1위·러시아)와 비너스 윌리엄스(당시 7위·미국)가 맞붙은 ‘슈퍼매치1’을 시작으로 2006년 로저 페더러(당시 1위·스위스)와 라파엘 나달(당시 2위·스페인), 2007년 페더러와 피트 샘프러스(은퇴·미국)의 경기를 열었다. 2010년 노바크 조코비치(당시 2위·세르비아)와 앤디 로딕(당시 10위·미국)에 이어 16년 만에 ‘황금 라이벌’ 알카로스와 신네르의 경기가 성사되면서 한국은 테니스계에서 당대 최고 라이벌의 격전지로 다시 한번 떠올랐다.
2003년생 알카라스와 2001년생 신네르는 서로를 자양분 삼아 성장하며 남자 테니스에 새로운 ‘황금시대’를 열고 있다. 뜨거운 스페인의 태양 같은 플레이를 펼치는 알카라스와 냉철한 완벽주의자 신네르는 매번 짜릿한 승부를 빚어냈다. 2024년부터 2년간 여덟 번의 남자 테니스 메이저대회 트로피는 모두 알카라스와 신네르의 몫이었다. 알카라스는 2024년 프랑스오픈과 윔블던, 지난해 프랑스오픈과 US오픈을 따냈고 신네르는 2023년 호주오픈과 US오픈, 작년 호주오픈과 윔블던에서 챔피언에 올랐다. 2년간 8개 메이저대회를 두 선수가 나눠 가진 것은 2006~2007년의 나달(2회)과 페더러(6회) 이후 처음이다.
알카라스는 압도적인 신체 능력으로 예측 불가능한 플레이를 펼친다. 야생마처럼 정제되지 않은 에너지로 온몸으로 때리는 강력한 포핸드가 가장 큰 무기다. 여기에 랠리 도중 갑자기 내리꽂는 드롭샷으로 상대의 리듬을 무너뜨리며 매 경기 명장면을 만들어낸다. 포인트를 따낼 때마다 거친 포효를 뿜어내며 코트에 에너지를 분출하는 쇼맨십도 있다.
반면 신네르는 정밀하고 냉철하게 상대를 타격한다. 스키 유망주 출신답게 탄탄한 하체를 이용한 강한 스트로크, 어떤 각도에서도 직선으로 꽂아 넣는 양손 백핸드는 현역 테니스 선수 가운데 최고로 꼽힌다. 즉흥성보다 범실이 적은 무결점 플레이로 철저하게 계산된 플레이, 위기 상황에서도 표정 변화 없이 경기를 풀어내는 냉정함으로 팬들을 매료시킨다.
이번 경기는 시즌 첫 메이저대회 호주오픈의 ‘미리 보는 결승전’이기도 하다. 실내 특설 경기장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는 호주오픈과 같은 하드코트 환경에서 진행된다. 호주오픈 2연패 주인공인 신네르가 좀 더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올해 호주오픈을 통해 커리어 그랜드슬램 완성에 도전하는 알카라스가 시즌 데뷔 무대인 이번 경기에서 비장의 무기를 선보일 수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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