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는 낙성대·대학동 일대에 사무·주차 공간을 갖춘 전용 시설도 마련했다. 김영오 서울대 공대 학장은 “공대 최상위 인재들이 장기적인 불확실성을 이유로 도전을 포기하는 흐름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학부 단계부터 창업을 하나의 확실한 진로 옵션으로 제시해 공대 인재들이 과감한 도전에 나서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서울대 공대는 교육 과정을 단계화했다. 1학기에는 기술 검증, 문제 정의, 프로토타입 개발 등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중간·기말고사는 과감히 없앴다. 2학기부터는 공업 경제, 마케팅 전략, 지식재산권(IP) 등 사업화 교육을 본격화한다. 송재준 컴투스 글로벌최고투자책임자(GCIO),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 이제범 카카오 공동창업자 등 동문 창업가가 멘토로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학장은 지난해 공대 교수들과 중국 선전의 창업 생태계를 견학하는 등 새로운 유형의 인재 양성에 목소리를 높여왔다. 홍콩과학기술대 같은 선전의 주요 대학은 로봇 등 막강한 제조 생태계와 창업 교육을 연계한 프로그램을 10년 넘게 운영 중이다. 한국은 정반대다. 재단법인 교육의봄에 따르면 국내 대학생 중 창업을 희망하는 비율은 2022년 3%로 미국(13%)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최상위 인재가 의대로 몰리는 흐름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가 공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자연계 정시 상위 1% 학생의 76.9%가 의대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대·이공계를 택한 학생은 10.3%에 불과했다.
이 같은 의대 쏠림은 대학 순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이 지난해 발표한 ‘창업가 배출 세계 대학 100대 순위’에서 서울대는 69위에 머물렀다. 미국 UC버클리, 스탠퍼드대 등은 물론이고 중국 칭화대(25위)에도 뒤졌다.
서울대가 합숙형 창업 트랙을 설계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서울대 공대는 이번 프로그램을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장기 전략의 일부로 보고 있다. ‘스타 창업가’를 배출해 공대생에게 눈에 보이는 성공 경로를 제시하겠다는 구상이다.
서울대 ‘교수 창업’ 1호인 박희재 기계공학부 교수는 “그간 서울대 학부생의 창업 비율이 높지 않은 건 보상 생태계가 미비했기 때문”이라며 “기술 혁신은 스타트업에서 나오는 만큼 공대에서도 창업이 자연스러운 진로가 되는 분위기가 자리 잡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영애/최영총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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