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정가와 시장 일각에서 묘한 이야기가 들린다. 정부가 나서 쿠팡 지분을 사들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심지어 일각에선 미국처럼 강제 매각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이런 주장은 섣부르다.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반(反)시장적’ 발상이다. 자유 시장경제 체제의 최대 수혜를 본 한국이라 더욱 그렇다. 하지만 왜 지금 지분 인수설이 고개를 드는지, 그 배경을 뜯어보면 마냥 흘려듣기 어렵다. 쿠팡이 자초한 신뢰의 위기가 임계점을 넘었다는 강력한 신호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한국 사회의 ‘역린’을 건드렸다. 쿠팡은 사실상 전 국민이 일상적으로 접속해 먹고, 입고, 쓰는 모든 데이터를 가진 거대 플랫폼이다. 하지만 본사는 미국에 있고, 상장은 뉴욕에 했고, 의장은 한국계 미국인이다. 법적으로나 지배구조를 봤을 때 온전한 미국 기업이다.
평소라면 문제 될 게 없다. 하지만 보안 사고가 터지자 한국인의 내밀한 개인 정보가 미국 기업에 의해 관리되고 있고,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불안감이 증폭됐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건 쿠팡의 태도였다. 창업자 김범석 의장은 논란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국회 청문회에 나온 미국인 대표는 “법대로 하자”는 식으로 나왔다. 국민들은 묻기 시작했다. 쿠팡은 한국 소비자를 존중하는가, 아니면 단지 돈벌이 수단으로 보는가.
물론 현실적으로 정부가 세금을 들여 쿠팡 주식을 사거나, 강제로 지분을 팔게 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하지만 쿠팡 경영진은 이런 험악한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시장경제에서 기업의 생존을 결정하는 건 결국 소비자의 신뢰다. 법을 어기지 않았다고 항변할 때가 아니다. 오죽하면 이런 주장까지 나오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쿠팡은 지금이라도 투명하고 엄격한 데이터 관리 체제를 구축하고, 한국 사회가 납득할 만한 진정성 있는 소통에 나서야 한다. 스스로 소비자를 존중하는 한국 친화적 플랫폼임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데이터 주권이라는 명분을 입은 규제의 칼날이 들이닥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때는 호미로도, 가래로도 막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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