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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프리즘] 실시간 주주명부 없는 자본시장

입력 2026-01-08 17:27   수정 2026-01-09 00:12

최근 한 상장사는 외국계 사모펀드가 경영권 참여를 목적으로 자사 주식을 매집하는 정황을 포착했다. 문제는 대응 속도였다. 매집 여부를 신속히 식별하려면 실시간에 가까운 주주명부가 필수다. 이 회사는 정관 규정에 근거해 즉각 전자등록기관인 예탁결제원에 주주명부 제공을 요청했다. 하지만 실제 주주 명세를 받아보기까지는 1주일이 걸렸다. 그사이 방어 전략을 가동하고 우호 주주를 확보할 ‘골든타임’을 놓쳤다.

주주명부가 상시로 관리되지 않는 한국 자본시장의 한계다. 반대 사례도 적지 않다. 국내 한 기관투자가는 투자 대상 회사의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안을 제안하려고 했지만, 이내 뜻을 접어야 했다.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주주와 신속히 연대하려고 했으나, 주주명단을 적시에 파악하는 게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런 시차는 종종 주주 간 협력과 견제라는 주주권의 본질적 기능마저 무력화한다.

이렇듯 한국 자본시장에서는 주식을 소유한 사람이 권리를 행사하고자 할 때마다 ‘시차’라는 난관에 부딪히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배당만 해도 그렇다. 주식을 산 투자자는 배당을 기대하지만, 실제 배당은 기준일 직후 주식을 매도한 이전 주주에게 귀속된다. 정기 주총, 결산배당은 주주명부 열람에 최대 2주가량 걸린다. 이런 시차는 차익거래를 부추기고 기준일을 왜곡하며, 권리 귀속의 혼선을 낳는 회색지대를 형성한다. 주주명부가 적시에 제 기능을 못 하니 투자자가 법으로 보장된 권리 행사를 아예 포기해버리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는 거래 혼란을 키우고 시장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우리나라는 전자증권제도 아래 주식 소유자 정보를 증권사와 전자등록기관 전산을 통해 상시 관리한다. 그런데도 단순히 주식 소유자 명세 정보를 담은 주주명부를 받는 데 ‘세월’이 걸리는 현실은 납득하기 어렵다. ‘아날로그 대국’이라고 불리는 일본조차 요청 3일 안에 정확한 주주명부를 제공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일본은 증권사의 고객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상시 관리하고, 매일 고객정보 변동 내역을 갱신하고 있다.

무엇보다 당혹스러운 것은 이런 원인이 기술이 아니라 낡은 제도 탓이라는 점이다. 현행 우리나라 전자증권법은 주식 소유자 명세 작성 시기를 대통령령에 위임하면서 그 주기를 분기 단위로 제한하고 있다. 작성 사유 역시 주총, 배당, 합병·분할 등으로 한정돼 있다. 아날로그 시절에 설계된 제도를 그대로 유지한 결과, 주주권 행사에 필요한 정보가 적시에 제공되지 못하는 구조가 법으로 고착화돼 있다.

간단히 법조문만 바꾸면 해결될 문제다. 소유자 명세 작성 주기를 ‘분기별’이 아니라 ‘매 영업일’로 전환하면 된다. 작성 사유 역시 주총과 배당에 한정할 게 아니라, 주주 또는 회사의 정당한 권리 행사에 필요한 경우까지 포괄하도록 유연화해야 한다. 이런 제도 개선만으로 의결권, 배당권, 주주제안권, 열람권 등 기본 주주권은 다시 정합성을 회복할 수 있다. 증권사 등 계좌관리기관이 매일 업무 종료 후 변동된 소유자 정보를 취합해 전자등록기관에 통보해야 하지만, 반복적인 작업인 만큼 대부분 자동화가 가능하다.

주식 소유자 명세를 일 단위로 작성해 관리하는 것은 자본시장 인프라의 기본이다. 주주명부조차 제때 제공하지 않는 시장을 선진 자본이 매력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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