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모습을 한 로봇 ‘휴머노이드’의 기원은 19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체코 극작가 카렐 차페크의 희곡 ‘R.U.R.’에 공장에서 일하는 휴머노이드가 처음 등장했다. 희곡이 현실이 되기까지 10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휴머노이드는 운반, 절삭, 조립 등 특정 기능에 특화한 산업용 로봇보다 제작 난도가 훨씬 높다. 사람처럼 두 발로 서서 걷고, 수백 개 관절을 움직이게 하려면 최신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기술을 총동원해야 한다.테슬라는 지난해 자사 휴머노이드 ‘옵티머스’를 1만 대 생산해 생산 현장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만들어진 제품은 수백 대 수준에 그친다.
로봇 전문가들은 기존 산업용 휴머노이드의 생산성을 인간 근로자의 30~50% 수준으로 평가한다. 복잡한 작업을 맡기면 오류가 잦다는 점이 한계로 거론되고 있다.
이런 약점에도 휴머노이드가 산업용 로봇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건 범용성이 탁월해서다. 소프트웨어만 업데이트하면 부품 운반, 포장, 검수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문, 계단, 차량 등 인간 근로자 중심으로 설계된 설비를 별도의 개조 없이 활용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현대자동차와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선보인 휴머노이드 ‘아틀라스’가 올해 CES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양산 계획의 구체성과 실용성 측면에서 다른 휴머노이드를 앞선다는 것이 외신의 중평이다. 잭 재코우스키 보스턴다이내믹스 아틀라스 개발총괄은 “현장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걸어 다니기만 하거나 쿵후를 선보이는 로봇이 무슨 효용이 있겠는가”라며 기술 우위를 자신했다.
아틀라스는 360도 카메라로 주변을 인식하고, 최대 50㎏의 하중을 견딜 수 있다. 구글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를 활용해 상황 대처 능력도 강화했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주 공장 부품 분류 공정에 아틀라스를 투입할 계획이다. 매년 3만 대의 로봇을 만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인건비가 높은 미국에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휴머노이드 활용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어느새 현실이 된 ‘로봇 근로자’의 등장이 설레면서도 걱정스럽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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