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 공장에 부품을 운송하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현대기아자동차부품운송노동조합이 파업에 돌입할 전망이다. 수년간 오르지 않은 운송비를 인상해 달라는 게 요지다. 특히 현대글로비스 협력사와 모트라스 협력사 근로자가 가입한 이 노조는 원청 업체 책임자의 교섭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오는 3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 시행을 앞두고 연초부터 노동계의 압박이 거세지는 분위기다.
노조 측은 9일 오전 10시부터 현대차·기아에 들어갈 핵심 부품의 물류 배송을 사실상 전면 중단하는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8일 사측에 통보했다. 파업에는 현대글로비스 협력사인 LST 소속 차량과 현대모비스 자회사인 모트라스 직서열 차량 등 총 220여 대가 참여할 예정이다. 이 노조가 설립된 2022년 이후 파업을 결의한 것은 처음이다.
이들이 운송하는 제품은 그랜저, 쏘렌토, 스포티지 등 현대차·기아의 대부분 차종에 들어가는 프런트엔드모듈(FEM) 등이다. 기아 광주공장, 광명공장, 화성공장, 현대차 아산공장 등의 생산라인이 줄줄이 멈춰 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기아는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 개별 부품을 하나하나 납품받는 게 아니라 모듈화해서 장착하고 있다. 부품사의 공급이 멈추면 곧바로 생산라인이 영향을 받는 구조다.
노동계 관계자는 “모트라스 등에서 생산하는 부품은 완성형 모듈로 현대·기아차 생산라인에 곧바로 연결해서 공급되는 방식”이라며 “파업이 시작되면 현대차·기아 공장에서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운송노조 차량은 모두 특수차량이라 일반 운송차로 대체하기도 어렵다. 과거 화물연대 파업 때처럼 대리 탁송 등이 불가능한 구조란 의미다. 기아 광주공장은 부품 운송노조가 연대투쟁을 시작하면 대략 한 시간뒤 공장 라인이 중단될 것으로 이날 공지했다.
모트라스 등 협력사 측은 운송료 11% 인상을 최종적으로 제시했지만, 노조는 수년간 운송료가 동결된 만큼 15% 이상 인상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또 부품 운송이 지연돼 공장 생산라인이 중단될 때 화물노동자가 배상하는 비용이 과도해 이를 ‘유한 책임 제도’로 바꿔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현대차 아산 공장은 화물 운송 차질로 생산라인이 멈출 경우 분당 152만8000원의 배상금을 요구하고 있다.
LST와 모트라스 사측은 노조와 이견을 좁히기 위해 끝까지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노조가 원청인 현대차·기아, 현대글로비스, 현대모비스 등 책임자가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견해차를 좁히기 더 어렵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벌어질 산업계 혼란의 예고편이라고 보고 있다. 현대차는 구매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협력사만 8500곳에 달해 이들과 개별적으로 협상할 수는 없는 구조다.
산업계 관계자는 “노조법 개정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3월부터는 협력사 노조의 비슷한 요구가 쏟아져 산업 생태계에 극심한 혼란이 불가피하다”며 “노조법 개정안을 두고 노사 모두가 반발하고 있는 만큼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전까지 시행을 늦춰야 한다”고 말했다.
신정은/곽용희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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