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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손실에도 임원 돈잔치…성희롱은 '쉬쉬'

입력 2026-01-08 17:47   수정 2026-01-08 23:45

농협중앙회 회장이 해외 출장에서 1박에 수백만원의 호텔 숙박비를 쓰는 등 농협의 방만 경영 실태가 드러났다. 성희롱·업무상 배임 혐의가 있는 직원을 제대로 징계하지 않았고 이사회가 자의적으로 운영되는 등 내부 통제도 부실했다. 정부는 농협 선거제도와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李대통령 ‘철저한 감사’ 주문

8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이 같은 내용의 농협중앙회 특별감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강호동 회장의 뇌물수수 의혹 등 농협 관련 비위 의혹이 반복적으로 제기되자 지난해 말 4주간 특별감사를 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11일 농식품부 업무보고에서 “농협은 진짜 문제”라며 철저한 감사를 지시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농협중앙회 회장은 연봉(실비와 수당 포함) 3억9000만원을 받으면서 회장직을 겸임하는 농민신문사에서 연 3억원 이상의 급여를 수령했다. 농민신문사에서 퇴직할 땐 퇴직금 명목으로 4억2000만원을 별도로 받았다. 업적이 우수하거나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할 때 받는 업무추진비 성격의 ‘직상금’도 상당했다. 2024년 직상금으로 쓴 회삿돈이 10억8400만원에 달했다. 강 회장은 지난해 해외 출장에서 5성급 호텔 스위트룸을 이용해 1박당 숙박비 상한(250달러)을 최대 186만원 초과한 사례가 확인됐다.

임원과 조합원에 대한 대우도 방만했다. 2022년 정기대의원대회에선 참석한 모든 조합장에게 220만원 상당의 휴대폰을 무상으로 지급했다. 23억4600만원이 들어갔다.

농협경제지주는 2024년 81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지만 이듬해 1월 상근 임원에게 특별성과보수를 지급했다. 농협 관련 회사가 직접 제조하지 않는 물건을 농협 관련 자회사와 수의계약해 구입한 일도 적발됐다. 특별감사를 한 윤종훈 회계사는 “농협중앙회는 재계 10위권에 들 만큼 규모가 큰데도 회계 관리 시스템과 인력 전문성은 크게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농협 총무팀이 사실상 이사 추천
농협중앙회의 주요 경영 사안을 결정하는 이사회는 자의적으로 운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중앙회 인사총무팀은 별도 절차 없이 일부 단체와 학계 인사로부터 이사 후보를 추천받았다. 이사회에서 한 사람이 즉석에서 특별성과보수를 지급하자는 안건을 상정한 후 의결된 사례도 있었다.

임직원 범죄 행위에는 관대했다. 회원조합을 감사하는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는 임직원 처분 조치에 소극적이었고 성희롱, 업무상 배임 등 중징계에 해당하는 사안에도 가벼운 징계를 했다.

농식품부는 이번 특별감사를 통해 부적절한 기관 운영 등 65건에 대해서는 사전 처분통지서를 보냈고, 38건은 추가 감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협중앙회가 회삿돈으로 임직원의 개인 형사 사건에 필요한 변호사 비용을 내준 의혹 등 2건은 지난 5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 특별감사 최종 결과는 이의 신청 등 절차를 거쳐 3월께 나온다.

이번 감사에 참여한 외부 전문위원들은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상훈 변호사는 “농협중앙회와 단위조합에서 반복되는 문제의 뿌리는 선거제도”라며 “중앙회와 단위조합 선거 제도의 전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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