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거나 세간에 파장을 일으킨 이모와 형, 누나 같은 말을 ‘친족어’라고 한다. ‘친족어’란 혈연이나 혼인으로 이뤄지는 인간관계를 나타내는 어휘를 말한다.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같은 낱말이 친족어다. 이 중 ‘이모’는 친족 범위를 벗어나 사회적으로 널리 쓰인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앞서 살핀 ‘필리핀 이모’가 그 예다. 우리말에는 식당 같은 데서 직원을 부르는 마땅한 호칭어가 따로 없다. 그러다 보니 예전부터 “이모~” 하고 불렀다. 여러 비판과 논란이 있지만 “사장님”만큼이나 흔하게, 널리 부담감 없이 쓸 수 있다는 게 이 말의 장점이다.
‘이모(姨母)’는 본래 어머니의 여자 형제를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오래전부터 남남끼리 정답게 부르는 말로도 ‘이모’를 사용했다. 그만큼 이 말에는 비하나 차별보다는 외려 친근감이 담겨 있다. ‘이모’가 애초 직업을 가리키는 말이 아님에도 서비스업에서 광범위하게 통용되는 마법의 부름말이 된 데에는 이런 언어적 배경이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없지만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은 이 용법을 풀이에 올렸다. 즉 이모가 어머니의 자매를 가리키는 말에서 ‘남남끼리 정답게 가리키거나 부르는 말’로 쓰임새가 확장된 것이다.
사회적 부름말로 ‘형’도 일찍부터 유용하게 확장돼 쓰였다. ‘형’은 본래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사이이거나 일가친척 가운데 항렬이 같은 남자들 중 손윗사람을 부르는 말이다. 하지만 남남끼리도 나이가 적은 남자가 나이 많은 남자를 부를 때 흔히 쓰이며, 이때는 ‘친밀함’이 전제된다. 남자 형제 관계에서 흔히 사용하지만, 대학에서 여자 후배가 남자인 선배를 부르는 호칭으로도 통용된다. ‘누나’ 역시 본래는 남자가 손위 여성을 부르는 말이지만, 오늘날에는 남남끼리도 정답게 부르는 표현으로 확장되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형’과 ‘누나’의 사회적 쓰임새는 어디까지나 사적 영역의 말이라는 점이다. 공적 언어가 아닌 만큼 공직에 몸담은 사람 사이에 공적 용무로 나눌 말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훈식이 형, 현지 누나’는 사적 언어에 포획된 공적 의식 사례라 할 만하다.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