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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소서 안 받아요"…'파격 채용' 도입한 뜻밖의 이유 [차은지의 에어톡]

입력 2026-01-10 12:14   수정 2026-01-10 12:15


충북 청주를 기반으로 한 저비용 항공사(LCC) 에어로케이항공이 올해 업계 최초로 '자기소개서 없는 채용'을 도입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로 작성된 자기소개서 신뢰도에 대한 우려를 감안해 지원자의 형식화된 경력이 아닌 현장 대응 역량과 실제 경험을 중점적으로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에어로케이의 이번 자기소개서 전면 폐지는 채용 시스템을 보다 실무 중심으로 고도화하기 위한 결정이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AI 대필로 인한 변별력 저하를 이유로 자기소개서 전형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에어로케이는 긴 글 대신 지원자가 직접 참여한 경험이 담긴 사진 3장 내외의 ‘경험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도록 했다. 아르바이트, 봉사활동, 프로젝트 등 실제 현장에서의 순간을 통해 당시 어떤 판단을 내렸고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설명하도록 설계됐다. 화려한 성공 사례뿐 아니라 치열한 고민과 실패의 흔적 역시 평가 대상이다.

에어로케이는 자기소개서를 없애면서 지원자들이 형식적인 글쓰기 부담없이 보다 편하게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자기소개서보다 면접과 평가 과정에서 지원자의 실제 역량과 경험, 문제 해결력과 직무 적합성에 더 집중할 수 있어 채용의 본질에 가까워질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원자 입장에서도 공정하고 투명하다고 느낄 수 있는 채용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는 게 에어로케이 측의 설명이다.

이번 채용 가이드라인에는 승무원 채용에서 반복돼 온 외형 중심 평가를 지양하겠다는 원칙도 명시됐다. 에어로케이는 △바디프로필 등 과도한 신체 강조 △승무원을 연상시키는 정형화된 복장 △직무와 무관한 단순 미적 셀카 제출을 지양해달라고 당부했다.

에어로케이 관계자는 “자기소개서를 없애는 채용 방식은 이번 객실승무원 채용부터 도입해 그 효과를 확인하고 점진적으로 당사 직군 전반에 걸쳐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직무 특성에 따라 평가 방식은 일부 달라질 수 있으며, 모든 직무에 동일한 형식을 일괄 적용하기보다는 직무 적합성을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방식을 중심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에어로케이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과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단순 문장 쓰기 능력보다 실제 경험·문제 해결 역량에 더 주목하겠다는 취지는 긍정적이다. 다만, 평가의 공정성·준비 부담 완화 효과가 실제로 얼마나 나타날지는 채용 결과와 후속 피드백을 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자기소개서를 잘 쓰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기술이 필요하고 특히 글쓰기 능력에 따라 평가가 크게 갈릴 수 있다. 하지만 포트폴리오는 사진·자료 중심이라 상대적으로 표현 방식과 내용이 다양해질 수 있고, 지원자 부담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또한 단순 문장보다 실제 활동 사례와 결과를 바탕으로 평가하면 지원자의 행동 기반 역량을 더 잘 드러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반면 자기소개서를 없애는 대신 포트폴리오를 받는다고 해도, 그걸 어떻게 공정하고 일관되게 평가할지 기준 설정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트폴리오 형식은 자유로운 만큼 평가자마다 판단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포트폴리오가 자유 양식이라고는 해도 일부 지원자에게는 정형화된 포맷이 오히려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다. 자기소개서처럼 검증된 틀이 없는 만큼 준비 전략이 애매할 수도 있다. 포트폴리오를 잘 만드는 능력 자체가 또 다른 경쟁력이 될 수도 있어 글쓰기 못하는 사람 대신 디자인·자료 구성 능력이 뛰어난 사람에게 유리할 여지도 제기된다.

항공사 한 관계자는 “지금도 항공사 면접장에서 지원자들이 보여주는 현장의 역량을 중심으로 채용이 이뤄지고 있다”며 “에어로케이의 자기소개서 폐지는 이러한 기조가 더 강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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