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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조달계획서 시대, 계약서보다 먼저 점검할 것 [한경부동산밸류업센터]

입력 2026-01-10 11:02  

[배준형의 밸류업 클래스]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부동산 주치의, 배준형 수석전문위원입니다.

최근 자산 시장의 흐름을 보면, 사업소득이나 근로소득을 차곡차곡 모아 부동산이라는 실물 자산으로 갈아타려는 분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열심히 땀 흘려 번 소득을 비교적 안정적인 부동산에 투자해 자산을 증식하려는 시도는 매우 바람직한 경제 활동입니다. 다만 의욕이 앞서 섣불리 계약서부터 작성했다가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바로 ‘자금출처 조사’입니다.

과거에는 부동산을 ‘살 수 있는 능력’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그 돈이 ‘어디서 나왔는지’를 소명하는 능력이 투자의 성패를 가르는 시대가 됐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부동산 투자에 앞서 왜 자금출처 계획을 가장 먼저 세워야 하는지, 그 핵심을 짚어보겠습니다.

1. 국세청의 정밀한 감시망, 자녀 명의 부동산 취득의 현실

많은 분들이 부동산을 취득하는 순간 취득세만 납부하면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과세당국의 관심은 취득 시점이 아니라, 그 이후의 자금 흐름에 있습니다.

특히 일정 금액 이상의 거래나 규제지역 내 부동산 매수 시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자금조달계획서는 국세청이 자산가의 자금 출처를 들여다보는 가장 중요한 기초 자료입니다. 국세청은 소득·지출 분석 시스템(PCI)을 통해 신고된 소득, 실제 소비 패턴, 신규 취득 자산의 규모를 입체적으로 교차 검증합니다.

수년간 신고 소득이 미미한 자녀가 수십억 원대의 빌딩이나 고가 아파트를 취득할 경우, 시스템은 이를 즉시 ‘비정상적 자산 증식’으로 분류합니다. 실제 사례를 보면, 특별한 소득원이 없는 20대 자녀가 부모 자금과 대출을 활용해 서울의 꼬마빌딩을 매입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취득 당시에는 소명이 된 것처럼 보였지만, 국세청은 이후 부채 사후관리를 통해 자녀가 매달 수백만 원의 이자를 어떻게 감당하는지, 그리고 수년 뒤 대출 원금을 누가 상환하는지를 지속적으로 추적했습니다. 그 결과, 이자와 생활비를 부모가 대신 부담해 온 사실이 확인되면서 수억 원의 증여세와 가산세가 추징됐습니다.

2. 가속화되는 교차 검증, ‘빌린 돈’에도 증거가 필요하다

자금출처 소명 과정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가족 간 금전 거래를 막연히 ‘빌린 돈’으로 인식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과세당국은 원칙적으로 직계존비속 간의 금전 거래를 증여로 추정합니다. 이를 대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단순한 주장만으로는 부족하며, 제3자도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가 필요합니다.

차용증(금전소비대차계약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여기에 적정 이자율, 상환 기한, 변제 방법이 명확히 기재돼야 하며, 공증이나 확정일자를 통해 작성 시점의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실행의 흔적’입니다. 약정된 이자가 실제로 지급되고, 그 내역이 금융 거래 기록으로 남아 있어야 세무조사 과정에서 의심을 피할 수 있습니다.

최근 서울의 한 아파트를 취득한 A씨는 부족한 자금 5억원을 아버지에게 빌렸다고 주장하며 차용증을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조사 결과 약정 이자가 단 한 차례도 지급되지 않았고, A씨의 소득 수준으로는 원금 상환 능력이 없다고 판단됐습니다. 국세청은 이를 형식적인 차용증을 이용한 편법 증여로 보고, 5억원 전액에 대해 증여세와 가산세를 부과했습니다.

배우자(6억원), 성인 자녀(5,000만원) 등 증여재산공제 한도를 사전에 검토하고, 이를 초과하는 금액을 대여 형식으로 조달할 경우에는 실제 이행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3. 자금출처의 정석, ‘선(先) 계획 후(後) 투자’

부동산 시장에서 수많은 성공과 실패를 지켜본 입장에서 드리고 싶은 조언은 분명합니다.

“돈에 맞춰 투자하지 말고, 준비된 돈에 맞춰 투자하라”는 것입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마음에 드는 매물을 먼저 계약한 뒤, 그제서야 자금 소명 방법을 고민합니다. 그러나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이 일상화된 지금, 이런 사후 대응은 오히려 세무 리스크를 키우는 선택입니다.

진정한 고수들은 기획 단계에서 이미 자금출처 설계를 마칩니다. 근로소득 원천징수영수증, 사업소득 신고 내역, 예금·주식 보유 현황, 현실적인 대출 가능 금액을 모두 데이터화해 ‘합법적으로 소명 가능한 자금 규모’를 먼저 확정합니다. 이 범위가 정해져야 비로소 감당 가능한 부동산의 입지와 가격대가 결정됩니다.

설계도 없이 건물을 지을 수 없듯, 자금출처라는 설계도 없이 진행되는 투자는 모래 위에 세운 성과와 다르지 않습니다.

부동산 투자는 단순히 좋은 물건을 싸게 사는 게임이 아닙니다. 진정한 투자의 완성은 취득부터 보유, 그리고 매각에 이르기까지 세무 리스크로부터 자유로운 ‘안전한 소유’를 달성하는 데 있습니다.

지금 부동산 투자를 고민하고 계신다면, 매물 리스트보다 먼저 여러분의 소득 증빙 자료를 펼쳐보시기 바랍니다.

자금출처라는 단단한 토대 위에 세워진 투자만이 자산을 진정으로 밸류업(Value-up) 시켜줄 것입니다.

문의: landvalueup@hankyung.com / 02-3277-9856

한경부동산밸류업센터 landvalueup.hankyung.com

* 본 기고문의 의견은 작성자 개인의 의견이며, 소속회사의 의견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빌딩 투자 업그레이드 플랫폼' 한경부동산밸류업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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