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정 재판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여론 재판 결과는 참혹하다. 배우 김수현과 제작자 민희진, 그리고 최근 방송인 박나래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당사자 본인이 "억울하다"고 강력하게 호소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손꼽히는 대형 로펌을 선임했다는 점이다.
재판 결과와 별개로 여론전에 법률 대리인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향후 활동까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이미지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십억원의 수임료를 챙기는 대형 로펌들이 엔터 산업의 특수성과 대중 정서를 무시한 채 오직 법리적 승리에만 골몰하면서, 오히려 스타들의 복귀 길을 영구히 차단하고 있다는 지적이 연예계 안팎으로 제기됐다.
여기에 민희진이 데뷔시킨 그룹 뉴진스는 "어도어와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한다"고 했지만, 유효확인 1심에서 패했다. 이에 멤버들은 어도어로 복귀했고, 다니엘만 전속계약 해지 통보를 받고 400억원이 넘는 소송 위기에 직면했다. 이 상황에 민희진의 책임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평가다.
민희진의 법적 대리인은 법무법인 세종이다. 지난해 매출액 기준 국내 5위 규모다. 지리한 법정 다툼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드러난 내부의 진흙탕 싸움은 K팝 제작자로서 그가 쌓아온 '뉴진스의 엄마'라는 순수한 이미지를 조각냈다. 업계 관계자들까지 민희진을 리스크가 큰 인물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법적으로는 정당한 권리 주장일지 모르나, 엔터테인먼트라는 특수한 조직 안에서 신뢰를 저버린 듯한 인상을 남긴 대응 방식은 결국 그의 입지를 좁히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
김수현은 이후 "사귄 건 맞지만, 미성년자 시기는 아니었다"고 말을 바꿨고, 기자회견까지 하며 "스타 김수현이기에 어쩔 수 없었다"고 눈물을 흘리며 '결백'을 강조했지만, 이는 오히려 대중의 반발을 샀다.
로펌과 김수현 측은 그가 법적으로 처벌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며 유족 측에 대응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혹했다. 현재 김수현은 다수의 브랜드로부터 이미지 훼손에 따른 민사 줄소송을 당해 재판이 진행 중인데, 수백억원 규모에 달하는 위약금 청구 소송은 대형 로펌이 간과한 '이미지 실추'의 실질적 청구서다. 광고주들은 '리스크 관리 실패'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고 거액의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법정 밖의 진짜 전쟁터인 '시장'에서의 참패는 스타로서의 김수현에게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혔다.
여기에 '주사이모'로 불리는 비의료인에게 링거 주사를 맞고 향정신성 의약품을 처방받았다는 의혹에는 "전문 의료인으로 안다"고 해명했을 뿐, 이후 밝혀진 사실들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이 없었다.
특히 로펌 측의 조언을 받고 제작했다는 동영상은 박나래를 더욱 구렁텅이로 빠뜨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나래는 박나래는 한 유튜브 채널과 하나의 매체에만 2분24초 분량의 동영상을 전달했다. 이 영상에서 박나래는 비장한 표정으로 "앞으로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고, 전 매니저의 갑질과 고용보험 미가입, 불법 의료행위 등과 관련한 각종 의혹에 대한 추가 해명도 없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이러한 박나래 측의 대응에 방송 출연이 활발한 손수호 변호사, 구독자 50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아는 변호사'의 이지훈 변호사 등은 공개적으로 "이런식으로 대응하면 안된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소란은 키우고 대중적인 호감은 저해한다는 지적이었다.
이 변호사는 "보통 사람들에겐 연예인이 돈도 많이 벌고 유명인이지만, 로펌 입장에서는 수천억원대 기업 소송이 더 돈되는 일 아니겠냐"며 "아무리 몇억의 수임료를 지불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우선순위도 밀리고, 언론과 대중적인 평가로 결정되는 여론전도 익숙하지 않다 보니 대응이 느리고, 이 과정에서 이미지 타격을 피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연예인은 이미지도 자산"이라며 "엔터, 특히 연예인 관련 소송은 사건에 이기는 것뿐 아니라 복귀까지 고려해야 하는데, 이는 대형 로펌 입장에서는 일반적이지 않다. 재판에서 이기는 것만 생각하지, 그 이후를 생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다수의 엔터테인먼트사에 자문을 해준 이력이 있는 변호사들도 유명인 관련 사건의 특수성을 인지하는 것에서 변호의 시작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교통사고나 건물 임대와 관련한 분쟁에서 상대가 연예인이라는 걸 알게 될 경우, 유명인이 피해자임에도 가해자가 황당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그렇지만 이 경우에도 '억울하지만 참으라'고 조언한다. 논란에 휩싸이지 않고, 광고 하나를 더 찍는 게 경제적으로 이득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 역시 "민희진부터 김수현, 박나래까지 이들 사건은 '법대로'만 접근하려 한 대형 로펌이 더 키운 감이 있다"며 "연예인 사건은 최대한 조용히 해결하는 게 이득이다. 일단 오픈이 된 순간부터 이미지 타격을 피할 수 없고, 피해자라고 하더라도 공격을 받을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수억원의 수임료를 쓰고 재판에서 이겨도 활동을 못 하는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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