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리엔테이션과 인수인계를 위해 계약서상 출근일 보다 몇시간 일찍 불렀다면 그 시점부터 근로기간을 계산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로 인해 근무기간이 하루 늘어나면서 1년 계약직 근로자의 근로일이 1년+1일이 됐고, 결국 2년차에 지급되는 연차휴가 15일이 추가로 발생한다는 취지다. 결국 사업주는 15일치 연차 미사용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임금체불'을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게 됐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은 최근 근로기준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공판에서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유죄를 선고한 1심을 인용했다.
격일제 근무 특성상 D씨는 5월 4일 0시부터 일을 시작해야 했지만, 회사는 기존 업체로부터 업무 인수인계를 위해 계약 시작 전날인 5월 3일 오후 3시경 D씨 등 경비원들을 소집했다. D씨는 오리엔테이션을 받고 제복을 받아 입은 뒤 정식 출근 6시간 전인 당일 오후 6시부터 기존 업체 직원들과 교대해 정식 근무에 들어갔다. 이 내용은 회사의 출근부에도 '5월 3일 18:00 근무 시작'으로 기록됐다.
이후 D씨는 2023년 5월 3일까지 근무하고 퇴직했다. 그런데 연차휴가미사용 수당이 문제가 됐다. D씨가 자신이 2022년 5월 3일부터 2023년 5월 3일까지 일했으니 총 '1년+1일'을 근무했다고 주장하며 2년차에 발생한 미사용 연차 수당 129만8700원의 지급을 요구하고 사장을 임금체불로 신고했다.
미사용 연차수당이란 사용하지 못한 연차를 금전으로 보상 받는 것을 말한다. 2019년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면서 1년차는 한달 개근시 1일로 총 11일, 2년차부터는 15일이 발생한다. 문제는 2년차 15일 연차휴가가 발생하는 시점이다. 딱 1년(365일)만 일하고 퇴사하면 11일의 연차만 발생한다. 하지만 1년에서 하루만 더 일해도(366일) 2년차가 되기 때문에 연차 15일이 추가로 발생한다. 하루만 더 일해도 총 26일의 연차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를 수당으로 계산할 경우 상당한 금액이다.
반면 A씨는 계약서대로 5월 4일부터가 근로 시작일이므로 근로 기간이 딱 1년에 불과해 2년차 15일에 대한 연차미사용 수당 지급 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제복을 교부하면서 오후 6시부터 근무를 개시하도록 한 점, 인수인계를 해준 전 회사 직원들이 일찍 퇴근한 점, 출근부에 오후 6시부터 근무한 것으로 기록된 것"이 결정적 증거라고 판단했다.
A씨는 "D씨가 편의상 자발적으로 일찍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당일 근무하고 있던 근무자들과 교대해 회사 제복을 착용하고 직원의 지시를 받아 정식으로 근무를 시작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경비용역 회사 교체 시기에 새 회사 직원들이 그 전날 저녁 시간부터 업무를 시작하는 것이 업계의 관행이라거나, (D씨 외의) 다른 근로자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사정이 위 사실 인정을 번복할 근거가 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하루 차이로 2년차 연차휴가 15개가 발생하는 상황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상황이다. 법 개정 당시 일부 전문가들은 "연차 휴가는 원래 '지난 1년간 수고한 근로자에게 다음 해의 근로 의무를 면제해 휴식을 보장'하는 취지인데, 다음 해에 근로할 의사가 없어도 휴가 권리가 발생하는 것은 '휴식을 통한 재충전'이라는 제도적 목적보다는 오로지 '금전적 보상(수당)'만을 위한 도구로 변질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업무 전 '사전 인수인계'가 2년차 연차수당 발생을 결정지을 수 있다는 것을 극적으로 보여준 판결"이라며 "근무기간이 연 단위로 끊어지고, 특히 업체 변경이 잦아 타업체로부터 인수인계를 받아야 하는 경비·청소 용역업체들에겐 곤혹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불과 몇시간의 추가 근무 만으로도 막대한 추가 비용 발생은 물론 형법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므로 계약직 근태관리에 더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고 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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