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보기술(IT)·통신 기업인 소프트뱅크는 이달 초 채용 시장의 오랜 관행 하나를 과감히 깨뜨렸다. 그동안은 지원자의 자기소개서와 자기소개 영상을 함께 받았지만, 이제는 자기소개서 제출을 폐지하기로 했다. 지원자가 제출한 영상은 우선 인공지능(AI)이 분석해 합격 여부를 판단하고, 탈락 판정을 받은 영상은 인사 담당자가 다시 검토해 최종 결정을 내린다.요코하마은행 역시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자기소개서 제출을 없애고, 자신의 경험과 성과를 설명하는 1분 영상으로 대체했다. 주방기기업체인 나카니시제작소는 서류전형을 없앤 후 지원자가 예년보다 75% 급증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취업의 상징’과도 같던 자기소개서를 일본 대표 기업들이 하나둘 내려놓고 있는 것이다.
이 흐름을 단순히 일부 해외 사례로만 보기는 어렵다. 누구나 AI를 활용해 유려한 문장을 단시간에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텍스트 뒤에 숨은 지원자의 진정한 역량을 가려내는 일은 과거보다 훨씬 까다로워졌다. 많은 기업이 기존 서류 평가 방식의 효용성에 진지한 의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 같은 변화는 실무 중심 평가 방식을 선호하는 청년 세대 경향과도 맞물려 있다. 효율을 중시하는 Z세대 지원자 사이에서는 ‘나를 글로 설명하라’는 모호한 요구보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겠다’는 실용적 검증 방식을 선호하는 흐름이 관찰된다. 체면이나 형식보다 실용을 중시하는 이들의 태도는 채용의 무게중심을 ‘서술’에서 ‘검증’으로 옮기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기업이 자기소개서라는 두꺼운 텍스트의 안개를 걷어낼 때 비로소 실무 역량을 갖춘 인재들이 더 적극적으로 반응하리라는 것은 당연한 예상이다.
경영진 입장에서도 이런 변화는 현실적 대안이 된다. 변별력이 낮아진 문장을 검토하는 데 과도한 에너지를 쏟기보다 지원자가 업무에서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을 직접 확인하는 편이 훨씬 명확하기 때문이다. 일부 선도 기업 사이에서는 채용 과정에서 AI 활용 능력을 직접 평가하거나 직무와 밀접한 실무 과제를 통해 문제 해결 방식을 살펴보는 시도가 늘고 있다. 지원자의 경험에 대한 서술형 답변에 의존하기보다 그 경험을 현재의 과업에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직접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이제 기업이 고민해야 할 질문은 자기소개서를 유지할 것인가의 여부 자체가 아니다. 지금의 채용 방식이 우리가 찾는 인재를 제대로 변별하는지 그리고 변화하는 일의 방식에 적합한 역량을 선별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이다. 관성처럼 이어져 온 절차를 다시 들여다봐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채용 역시 예외일 수 없다. 텍스트라는 중간 단계를 걷어내고 역량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갈수록 기업은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성과를 낼 사람’을 만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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