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미국 조지아주(州) 한국인 근로자 대규모 구금 사태 당시 미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우리 국민 대다수가 인종차별과 인권침해 등을 겪었다는 정부 조사 결과가 11일 나왔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조사 보고서를 외교 채널을 통해 미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법무부 등 관계 부처와 기업들은 지난해 9월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배터리)에서 일하다 체포,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7명 중 316명을 대상으로 구금 당시 환경과 처우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본지가 입수한 설문조사 결과(응답자 278명)에 따르면 약 99.3%(276명)는 “체포 이유 등을 고지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응답자 81.3%(226명)는 “체포 과정에서 체류 자격을 증명할 기회가 없었다”고 했다.
체포 과정에서 “폭언·위협 등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응답(52.5%·146명)과 “체포 도구 등으로 신체 피해를 입었다”는 응답(39.9%·111명)도 적잖았다. 체포 당시 상황을 놓고 몇몇 근로자들은 달궈진 수갑을 차 팔목과 발목에 화상을 입었다고 정부 당국에 증언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인 근로자들의 구금 시설 입소 과정 및 구금 중 처우도 열악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91.4%(254명)가 “피구금자로서 권리구제 방법과 생활 안내 고지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답했고, “한국인·동양인을 조롱하는 대우를 받은 경험을 했다”는 이들은 36%(100명)에 달했다. 구금 시설에서 주사나 약물 투여를 거부했음에도 투여받았다는 한국인 근로자들도 7명가량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설문조사와 작년 10월 희망자에 한해 추가로 약 2주가량 진행된 개별 면담 등에서 일부 한국인 근로자들은 “수감 시설에서 눈을 찢는 행위 등 동양인을 조롱하는 듯한 행위를 목격했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남성 구금자는 “샤워실에서 씻는 중 여성 교도관이 인원 점검을 위해 나체 상태로 나오라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고 한다.

법무부는 해당 조사 결과와 관련해 미 측이 유엔 협약을 위반했을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관계 부처에 제출한 검토 의견에서 “미 측 조치는 유엔 협약과 국제 조약 등 미준수 소지가 있다”고 했다. 다만 이러한 국제 협약이 사실상 사문화 된데다 미 측과 외교적 마찰을 빚을 소지가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실제 문제 제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관계 당국의 판단이다.
법무부는 또 미 측이 한국인 근로자 체포, 구금 과정에서 부당한 체포·수색·압수를 금지한 미 수정헌법 4조와 ICE 자체 ‘국가 구금 기준’을 미준수했을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0월 “조지아주에서 구금된 한국인 근로자의 인권 침해 소지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 부분이 있어 법적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우리 외교 당국은 작년 11월 설문조사 결과를 고위급 외교 채널을 통해 미 측에 전달하고 구금 시설과 간수에 대한 미국의 조사 및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상원 기자 top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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