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 심리로 진행된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가담자의 내란 혐의 사건 마지막 공판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 변호인들이 10시간 가까이 발언을 이어가며 국회에서 이뤄지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연상케 했다.
윤 전 대통령 사건 종결 시점이 임박해 세 갈래로 나뉘어 있던 재판이 병합되면서 김 전 장관 측이 반론권 보장을 강하게 요구했고, 재판부가 이를 허용해 자정 무렵까지 변호인들의 발언이 계속됐다. 지 부장판사는 애초 계획대로 이날 변론 종결을 고수하며 변호인들의 무제한 발언을 제지하지 않았고, 늦은 밤이 돼서야 오는 13일에 추가 심리를 이어가기로 했다.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김용군 전 제3야전군(3군)사령부 헌병대장(대령), 조지호 전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윤승영 전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 목현태 전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장 등 내란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전원이 출석했다. 특별검사팀에선 수사를 지휘해 온 박억수 특검보를 포함해 8명의 검사가 나왔다.

이날 김 전 장관 측 변호인들은 직전 공판에 변경된 공소장에 대한 반박 성격의 증거 조사를 자정이 가까운 시각까지 계속했다. 지난 공판에서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등이 비상계엄을 모의한 시기를 기존 2024년 3월에서 2023년 10월로 앞당기는 내용으로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허가했다. 그러면서 김 전 장관 측 변호인들에게 “(결심일에) 하고 싶은 말씀은 다 할 수 있게 해드리겠다”고 했다.
변호인들은 실제로 오전 9시30분부터 발언하기 시작해 오후 9시까지 내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변론했다. 특검팀과 실랑이도 있었다. 변경된 공소장에 대해 김 전 장관 측이 준비한 증거 자료 복사본이 부족해 특검팀에 제공되지 않자 특검팀은 “무슨 준비를 한 거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지 부장판사가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징징대지 않는 것이다. 검찰에서도 양해해 달라”며 중재에 나서자 김 전 장관 측 변호인이 “저희가 징징댔습니까”라며 법정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김 전 장관 측은 “적법한 계엄 사무 수행을 (특검팀이) 폭동으로 둔갑시켰다” “공소장은 반국가 세력에 의해 쓰였다”는 등의 주장을 장황하게 펼쳤다. 재판 시작 때부터 자리를 지킨 윤 전 대통령은 공판 도중 고개를 떨구며 졸기도 했다.
한 고등법원 판사는 “증거 조사 과정에서 이의 신청이 있는 경우 취지를 확인한 뒤 3분 내 진술을 마치고 기각 여부를 결정하는 게 형사재판의 기본”이라며 “변호인들을 어르고 달래느라 시간과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오후 10시가 가까워질 때쯤 지 부장판사는 “피고인 8명과 변호인들이 모두 모인 김에 (변론을) 종결하자”고 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을 대리하는 위현석 변호사가 “(내일) 새벽 1시나 돼서야 최후 변론이 가능해질 것 같은데, 중요한 변론을 비몽사몽인 상태에서 하는 건 맞지 않는다”며 추가 기일을 지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지 부장판사는 오는 13일을 추가 기일로 제시했고, 양측은 이를 받아들였다.
특검팀은 이날 피고인들의 구형량이나 최후 의견과 관련해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나흘 후 공판에서 특검팀은 12·3 비상계엄이 형법 87조에서 규정하는 ‘내란’(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일으킨 폭동)에 해당한다는 근거를 밝힌 후 내란 우두머리죄에 대한 법정형인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 중 하나를 구형할 예정이다.
장서우/허란 기자 suwu@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