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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서 주 72시간씩 일했는데…월급은 고작 '140만원' [사장님 고충백서]

입력 2026-01-11 10:30   수정 2026-01-11 10:54




전도사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로 봐야 하므로 교회가 퇴직금과 근로시간에 해당하는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례금' 명목의 고정급도 실질적인 근로의 대가로 판단했다. 새벽운전·심방 등 구체적 업무 지시가 핵심 근거가 됐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는 최근 전 전도사 A씨가 B 교회와 상급교회인 C 교회를 상대로 제기한 6800만원 규모의 임금 청구 항소심 소송에서 이같이 판단하고 1심에 이어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사명감으로 일했는데…" 6년간의 헌신과 소송
A씨는 신학교를 졸업하고 지난 2012년 서울 B 교회의 전도사로 채용됐다. 채용 당시 A씨는 "담임목사의 선교 방침에 순복하고, 어떠한 임무가 부여되더라도 따르겠다"는 내용의 서약서에 서명했다. 사명감을 안고 시작한 전도사 생활이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A씨의 일과는 고된 노동의 연속이었다.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오전 8시 20분에 출근해 오후 6시까지 근무했고, 일요일에는 새벽 6시 30분부터 해가 질 때까지 교회에 머물렀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새벽기도회에 참석하는 신도들을 위해 차량을 직접 운전했다. 사실상 월요일 하루를 제외하고는 쉼 없는 일정이 이어지면서 A씨의 '사역' 시간은 주 72시간에 달했다.

하지만 그가 대가로 받은 돈은 '사례금' 명목의 월 100만 원 남짓이었다. 6년이 흐른 2018년 퇴직 직전에도 그가 받은 월 사례금은 140만 원에 불과했다. 결국 A씨는 2018년 6월 교회를 떠났고, B 교회와 상급 단체인 C 교회를 상대로 미지급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과 퇴직금 등 687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 "종교적 신념으로 일했어도 근로자"
법원은 1심과 마찬가지로 A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가 핵심"이라며 "A씨는 담임목사의 지시에 따라 담당 교구를 배정받았고, 예배와 기도회 참석 외에도 차량 운전, 교구 관리 자료 작성, 신도 관리 등 교회 행정 업무를 수행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특히 매주 주간 사역 보고서를 통해 심방 내용과 전화 상담 등을 상세히 보고한 점은 사용자의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은 증거"라고 밝혔다.

교회 측은 지급한 돈이 '사례금'일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서약서에 기재된 '연봉제' 표현과 '겸직 금지' 조항을 근거로 "생계 수단인 근로의 대가"라고 봤다. 심지어 B 교회 스스로 A씨에 대해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국민연금 및 건강보험에 '직장가입자'로 가입시킨 점도 근로자성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됐다.

B 교회 측은 "근로시간에는 개인 영성을 위한 예배나 기도 및 친교 시간까지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오로지 본인의 신앙이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자율적으로 영위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종교적 신념에 따라 근로를 제공했다 하더라도 근로기준법상 보호를 받는지 여부는 종교적 교리나 종교의 자유에 의해 판단이 달라지는 영역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B교회가 A씨에게 미지급 임금 4924만 원, 연차수당 226만 원, 퇴직금 1722만 원 등 총 6873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전도사 퇴사 시 '전별금' 조로 지급한 600만원도 퇴직금에서 공제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B 교회 담임목사는 근로기준법 위반을 이유로 벌금 500만 원의 형사 처벌을 확정받기도 했다.

한 노동법 전문가는 "종교 단체는 전도사나 부교역자의 활동을 '노동'이 아닌 '희생'과 '봉사'로 여겨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방치해 온 측면이 있다"며 "법원은 형식적인 서약서나 종교적 교리보다 '실질적인 종속 관계'에 주목했다"고 평가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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