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업 무역업체에서 20년 넘게 일본 거래처 업무를 독점해온 직원이 회사 지시를 묵살하고 아내 명의의 업체를 세워 사업권을 가로채는 배신극을 벌였다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방법원은 최근 배임죄 혐의로 기소된 A씨와 그의 아내에게 각각 징역 1년과 징역 1년의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회사는 내부에서 유일하게 일본어에 능통하고 22년 동안 거래 실무를 담당한 A씨에게 여러 차례 거래 재개를 지시하며 연락을 지시했지만, 웬일인지 A씨는 "담당자가 출장 중이다",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나서 전화를 안 받는다"는 등의 핑계를 대며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했다.
회사가 애타게 재개를 기다리는 중, A씨는 2020년 11월경 아내의 명의로 동일 업종의 종자 수입 회사를 설립했다. A씨가 회사에 허위 보고를 올리는 동안, 아내 명의의 업체는 2021년 2월부터 일본 거래처로부터 종자를 수입해 피해 회사의 기존 한국 거래처들에 저가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일본 거래처는 2020년 가을 이후 피해 회사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은 적이 없었으며, 오히려 A씨가 개인적으로 회사를 차린 줄 알고 A씨의 아내 회사와 거래를 시작했다고 진술한 사실이 드러났다.
A씨는 "아내가 이전에도 나와 다른 영업(배달업)에 종사하기도 했고, (이번에도) 내 관여 없이 회사를 독자적으로 운영했다"고 변명했지만, 재판부는 △일본 거래처가 2021년부터 A가 회사를 일으켰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답변한 점 △아내의 회사가 설립된 시기와 거래 내용 △아내에게 종자 사업이나 무역업을 추진할 만한 경력이 없던 점 △퇴직 이후에도 일본 거래처와 이메일을 주고 받은 것 등을 근거로 들어 아내에게도 공범 관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주요 거래처 업무를 전담한 주요 인력인 A가 회사 내의 임무에도 불구하고 동종 영업을 하는 업체를 설립·운영해 피해회사의 거래처 및 영업 기회를 빼앗아 얻은 재산상 이득이 크다"며 (A씨 부부가) 범행을 부인하고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결정했다.
이번 판결은 핵심 인력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기업에 얼마나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조철현 법무법인 대환 변호사 "특정 언어나 해외 네트워크를 독점한 직원이 정보를 왜곡할 경우, 경영진은 눈을 가린 채 속수무책으로 영업권을 빼앗길 수 있다"며 "기업들은 중요 거래처와의 소통 채널을 다변화하고, 경업금지 약정과 보안 점검 시스템을 강화하여 내부 직원에 의한 '기회 가로채기'를 방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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