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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끝에서 마주한 사랑…다시 만나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입력 2026-01-11 16:30   수정 2026-01-12 00:16

물감처럼 흩뿌려진 네온사인의 절경. 눈앞에 풍광을 감싸는 스팅의 매캐한 목소리. 그 사이를 질주하듯 쏟아져 내리는 색소폰 연주. 1996년에 개봉한 (한국 기준) 영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사진)는 너무나도 강렬한 영화적 풍경이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이미지에, 그리고 음악에 테러를 당한 듯 엔딩 크레딧이 끝나고도 한참 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라스베가스를 떠나며’가 개봉 30주년을 맞아 지난 7일 재개봉됐다. 한국 영화의 연이은 흥행 실패와 제작 부진에 따른 결과로 재개봉이 줄을 잇는스 요즘이지만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만큼은 너무나도 마땅하고 의미 있는 재개봉이 아닐 수 없다. 1996년 개봉 당시 영화에 그리고 스팅이 부른 테마곡을 담은 OST에 매료됐던 수많은 관객도, 이번에 처음 영화를 만나게 될 현시대의 관객들에게도 영화는 또 한 번의 전설로 남을 것이다.

영화는 알코올중독으로 죽어가는 시나리오 작가 ‘벤’(니컬러스 케이지 분)의 처참한 일상에서 시작된다. 그는 가족을 포함해 그를 알거나 고용했던 모든 이들로부터 버림받고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잃은 상태다. 이제 남은 것은 그가 아끼던 롤렉스 시계 하나뿐이다. 그는 가차 없이 시계를 팔아 받은 돈을 가지고 라스베이거스로 향한다. 그곳에서 그는 장엄하게 생을 마감할 것이다. 그가 그토록 좋아하는 술과 함께 말이다.

물론 운명은 늘 그렇듯, 의지를 배신하는 법이다. 그는 길거리에서 매춘부 ‘세라’(엘리자베스 슈 분)를 만나게 된다. 그는 세라에게 돈을 주고 그녀를 호텔로 데려가지만, 그저 이야기하기를 원할 뿐이다. 세라는 정말로 오랜만에 몸이 아닌 이야기와 온기를 나눈다. 그렇게 그들의 절체절명의 사랑이 시작된다. 탐욕과 밤이 집어삼킨 이 도시, 라스베이거스에서 이들은 끊임없이 마주치고 서로의 존재에 기댄다. 이토록 아름답고 흉물스러운 도시가 아니었다면 이들이 만나고 사랑할 수 있었을까.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의 라스베이거스는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깊고 푸른 밤’(배창호, 1985)의 LA 한인타운이 그랬던 것처럼 라스베이거스는 환락과 허울뿐인 기회로 인물들을 끌어들이고, 궁극적으로 도시의 최면으로 서로를 선택하게 한다.

영화를 만든 마이크 피기스는 오랜 시간 동안 할리우드에서 작업했지만 영국 출신 감독에, 아트하우스 (독립) 영화를 지향하는 감독이다. 그는 이 작품의 원작 소설을 만나기 전까지 할리우드의 뻔한 프로젝트와 착취를 반복하는 추악한 시스템에 완전히 질식해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선택한 것은 실제로 책을 쓰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 존 오브라이언의 자전 소설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였다. 우울감과 죽음의 그림자로 가득한 이 소설은 피기스의 손에서 아마도 영화 역사상 라스베이거스를 가장 숭고하게 그린 영화로 재탄생했다.

앞서 언급했듯, 영화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신화적인 인기를 누렸던 영화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은 스팅이 부른 테마곡과 피기스 감독이 직접 작곡, 연주한 재즈 넘버들로 가득하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영화의 음악은 마치 도시 라스베이거스가 그러하듯, 시간에도 유행에도 마모되지 않은 듯하다. 영화가 탄생하기도 전부터 존재했던 음악인 것처럼 말이다.

영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의 재개봉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30주년이 50주년으로, 100주년으로 숫자를 늘려갈지라도 그 도시와 음악의 마법이 멈추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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