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한국이 지난해 9월과 지난 4일 무인기를 침투시켰다고 주장하며 “한국은 정세 격화의 책임을 절대 모면할 수 없다”고 했다. 정권 출범 이후 줄곧 대북 유화책을 펴며 관계 개선 기회를 모색해 온 이재명 정부의 ‘이중성’을 부각하고 한반도 긴장 고조의 책임을 돌리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군(軍)이 아닌 민간 무인기 가능성에 무게를 둔 1차 조사 결과를 서둘러 발표하며 상황 관리에 나섰지만 ‘교류→관계 정상화→비핵화’로 이어지는 대북 구상에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는 곧바로 국가안보실 1차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실무조정회의를 열었다. 이후 국방부는 “우리 군은 해당 무인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고, 북한이 발표한 날짜와 해당 시간대에 무인기를 운용한 사실이 없다”는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직접 “(민간 무인기 운용이) 사실이라면 한반도 평화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 범죄”라며 군·경 합동수사팀을 구성해 수사할 것을 지시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무인기 침투 주장에 다목적 의도가 깔렸다고 본다. 대변인 성명이 나온 10일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북한 핵문제 중재 역할을 부탁한 지 불과 닷새 만이다. 전문가들은 “한·중 관계 복원에 대한 불만 표시와 함께 남북 관계 경색 책임이 한국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목적”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북한은 “국제사회는 조선반도 정세 격화, 무력 충돌 위험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가를 똑똑히 알아야 한다”며 한반도 긴장의 책임을 한국에 돌렸다.
‘적대적 두 국가론’ 강화 의도도 있다는 분석이다. 접경 지역 대북 확성기 철거, 라디오 방송 중단 조치를 하며 대화 손짓을 한 이재명 정부가 무인기를 보냈다는 점을 내세워 내부 결속을 강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최대 정치 이벤트인 9차 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내부 결속 목적이 크다”고 했다. 북한은 “앞에서는 너스레를 떨면서 도발 행위를 멈추지 않는 것은 한국에 적대적 인식을 갖도록 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 스탠스가 의도와 달리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강화하고, 한반도 정세 불안의 책임을 인정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핵 고도화와 과거 서울 상공 무인기 도발, 잇단 미사일 도발에 대한 책임 추궁은 외면한 저자세 대북 기조가 입지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전직 국가안보실 고위 관계자는 “취조받는 피의자처럼 구구절절 해명하는 모습은 대화를 구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북한의 기선제압 의도에 말려드는 것”이라고 했다.
배성수/한재영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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