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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서학개미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사게 하려면

입력 2026-01-11 17:02   수정 2026-01-12 00:08

“한국인들은 참 좋겠습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잘나가니 국민들도 주식으로 돈 많이 벌지 않았나요.”

최근 만난 한 일본 금융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반도체 랠리가 부럽다고 했다. 1년 새 삼성전자가 3배, SK하이닉스는 4배 올랐으니 부자 된 사람도 많을 것이란 얘기다. 반도체 투톱에 힘입어 지난해 한국 증시는 75% 오르며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런데 주변에서 주식으로 돈 벌었다는 사람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애초에 삼성전자 주식이 계좌에 없었거나 ‘있었지만’ 급등하기 전에 팔아버리고 한탄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반도체 랠리의 과실은 상당 부분 외국인에게 돌아갔다. 외국인은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반도체 투톱을 중심으로 10조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반대로 국내 개인은 26조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 돈은 고스란히 미국 증시로 향했다.

정부 입장에선 답답할 노릇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서학개미를 고환율의 주범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해외 주식을 팔고 국내 주식에 투자하면 양도소득세(22%)를 면제해 주는 ‘국내시장 복귀계좌(RIA)’를 내놓고, 증권사 대표를 소집해 해외 주식 마케팅을 중단하라고 압박했지만 돈의 흐름은 바뀌지 않는 분위기다.

서학개미의 마음을 돌리려면 국내 주식이 꾸준히 우상향할 것이란 믿음을 줘야 한다. 기업의 혁신과 투자 못지않게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최근 상장한 중국 반도체 업체 무어스레드와 메타X는 불과 1주일 만에 주가가 6~8배 폭등했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 생태계에 70조원을 쏟아붓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란 기대에 투자자가 몰렸다. 미국의 인텔도 지난해 8월 트럼프 행정부의 지원책 발표 이후 75% 급등했다.

인공지능(AI) 패권전쟁 속에 반도체산업은 기업 혼자의 힘으론 벅찬 시대가 됐다. 그런데도 ‘주 52시간제 예외’가 빠진 반쪽짜리 ‘반도체 특별법’마저 1년 반 넘게 표류하고 있다. 정부 지원도 보조금을 쏟아붓는 경쟁국과 달리 세제 혜택 수준에 그친다. 선거를 앞두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호남 이전론’ 같은 정략까지 판을 친다. 과거 정부들의 총수 흔들기도 번번이 반도체의 발목을 잡았다.

증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대한 믿음이다. 정부와 국회가 전폭적으로 기업 성장을 도울 것이란 믿음이 자리 잡으면 인위적 부양책이나 세제 혜택을 쓰지 않아도 서학개미는 돌아온다.

세계 최고 경쟁력과 지배력에도 불구하고 SK하이닉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5배로, 미국 마이크론(32배)의 절반 수준이다. 어떤 주식을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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