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이코노미스트클럽 경제 전문가들이 오는 4월 임기가 만료되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의 지난 4년 임기에 대한 종합 점수를 78점으로 매겼다. 한은의 전통적 책무인 통화정책과 구조개혁 보고서 발간을 통한 정책 제언에는 대체로 높은 평가를 내렸지만, 커뮤니케이션 방식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줬다.이승훈 메리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통화정책 대응이 적절했고 위기 상황에서 리더십을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캐슬린 오 모건스탠리 한국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과의 대담, 잭슨홀 연설 등은 한국 통화정책 수장 중 처음으로 한 일”이라며 “한은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고 했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을 금리만 보는 중앙은행에서 환율·금리·금융안정(가계부채)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신흥국·개방경제형 통합 중앙은행’으로 전환하려고 했다”고 평가했다.
항목별 평가에서는 돌봄 서비스, 정년 연장 등 구조개혁을 제안하는 보고서를 발간한 점에 가장 높은 점수가 매겨졌다. 20명이 매긴 평균 점수는 7.7점(10점 만점)이었다. 외국계 투자은행(IB)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싱크탱크 역할을 하면서 내고 있는 다양한 주제에 대한 보고서는 한국 경제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홍기 한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구조개혁 보고서를 통해) 한국 경제가 직면한 문제 해결책을 제시했다”고 했다.

통화정책 중 ‘금융 안정’에 대한 점수는 6.9점으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주택 가격 급등세가 이어지는 데다 원·달러 환율이 계속 오르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대내외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는 6.6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매겼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는 “지나치게 잦은 커뮤니케이션으로 시장에 잘못된 통화정책 시그널을 전달한 적이 다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채권시장에선 특히 지난해 11월 이 총재가 외신 인터뷰에서 ‘방향 전환’을 언급한 뒤 큰 혼란이 왔다고 보고 있다.
이남강 한국투자금융지주 이코노미스트는 “분기 전망 경로와 점도표를 제시하는 등 이전에 없던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인상적이었다”면서도 “적극적인 소통을 하기 위한 여건이 아직 성숙하지 않아 원하는 효과를 달성하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4월 임기가 만료되는 이 총재가 연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지 묻자 45%가 반대 의견을 밝혔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통화정책 본연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총재 취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봤다. 증권사 관계자는 “잦은 소통으로 정책 혼란을 키웠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연임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은 35%였다. 이승훈 이코노미스트는 “이론과 실무를 겸비하고 구조적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중앙은행 총재”라고 말했다. 이윤수 교수는 “독립적 통화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인물이 연임하면 향후 재정 확대, 선거 국면에서 통화정책의 독립성과 정책의 일관성을 지키겠다는 신호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나머지 20%는 ‘중립’ 의견을 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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