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출생 분위기 속에서도 특급호텔 돌잔치 시장은 이례적인 호황을 누리고 있다. 태어나는 아이 수는 줄었지만, 단 한 명의 자녀에게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골드 키즈(Gold Kids)' 소비 트렌드가 자리 잡으면서다. 일부 부모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호텔 돌잔치'가 유행처럼 번지는 분위기다.
11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주요 5성급 호텔의 돌잔치 예약은 전년 대비 20~30%가량 증가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프리미엄 돌잔치 건수가 30% 늘었고, 롯데호텔 서울의 중식당 '도림'의 지난해 1~9월 기준 관련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나 뛰었다. 웨스틴 조선 서울 역시 같은 기간 예약 건수가 30% 증가했다.
인기 호텔의 경우 주말 예약은 오픈과 동시에 마감되며, 최소 6개월 전부터 예약 전쟁이 벌어진다. 일례로 신라호텔의 중식당 팔선이 있다. 영빈관에서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고, 팔선에서 식사하는 코스가 유명하다. 하지만 '팔선고시'라고 불릴 만큼 예약 경쟁률이 치열하다고 한다.

만족도는 최상이라는 평가들이 많다. 일례로 지난해 12월 방송인 박수홍 부부 딸의 돌잔치는 서울 잠실 시그니엘 호텔에서 열렸다. 돌잔치에 참석한 안영미는 "이런 게 잔치지"라며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스테이크 사진과 함께 "박수홍 선배 돌잔치, 시그니엘 코스 요리"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가격대도 상상을 초월한다. 10인 내외 소규모 모임도 수백만원이 기본이며, 40인 이상 대연회장을 빌릴 경우 총비용은 1000만원 안팎에 달한다. 최근에는 단순 연회를 넘어 객실 숙박, 전문 스냅 촬영, 체험 행사가 결합한 프리미엄 돌잔치 패키지 상품이 확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상 속 프리미엄을 쫓는 '스몰 럭셔리' 경향은 유아용품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롯데멤버스가 1700만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상위 25% 가격대의 프리미엄 유아용품 매출 비중은 2024년 58.9%에서 지난해 63%(1~9월 기준)로 확대됐다. 일반 상품 매출이 정체되거나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롯데멤버스 자체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프리미엄 제품을 구매한 이유로 '자녀의 건강과 안전'(67.1%)을 가장 많이 꼽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호화 소비가 계층 간 위화감을 조성하고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우려가 나온다. 육아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비싼 비용에 좌절하는 부모들의 반응을 더러 포착할 수 있다. 한 커뮤니티에는 "돌잔치 견적 이게 맞나. 제2의 웨딩이라는 소문은 들었지만 장난 아니다"라며 "호텔이 아닌 평범한 수도권 '파티플레이스(모임 공간)'인데도 50명 기준으로 촬영, 의상, 답례품까지 준비하면 500만원은 그냥 넘기더라"는 토로가 올라왔었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 한 명에게 집중 투자하는 구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프리미엄 소비가 가족의 만족도를 높이는 순기능도 있지만, 이것이 사회적 소외감으로 번지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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