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과 월마트가 인공지능(AI)을 매개로 역대급 ‘리테일 동맹’을 선언했다.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에서 월마트의 제품을 대화창에서 바로 결제할 수 있다. 구글은 여기서 더 나아가 유통업체 간의 장벽을 없애는 개방형 표준인 ‘유니버설 커머스 프로토콜(UCP)’을 공개해 이를 도입하는 유통업체는 제미나이의 결제 시스템을 바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11일(현지시간) 뉴욕 자비츠 센터에서 열린 ‘전미소매협회(NRF) 2026’ 메인 스테이지에 오른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와 오는 2월 1일 월마트 수장으로 취임하는 존 퍼너 차기 CEO는 양사의 파트너십을 전면 확대하고, 구글의 차세대 AI ‘제미나이’를 월마트 쇼핑 경험에 전격 이식한다고 발표했다.
피차이 CEO는 이 자리에서 새로운 이커머스 표준인 ‘유니버설 커머스 프로토콜(UCP)’을 공개했다. UCP는 서로 다른 쇼핑 에이전트와 시스템들이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게 해주는 ‘오픈 표준’이다. 그간 구글 검색에서 물건을 찾아도 결제를 하려면 해당 쇼핑몰 앱으로 이동해야 했던 불편함을 없애는 것이 목적이다.
UCP는 월마트를 비롯해 타깃, 쇼피파이, 엣시, 웨이페어 등 리테일 기업은 물론 비자, 마스터카드, 스트라이프 등 금융 결제사까지 20여 개 기업이 공동 개발 및 지지를 선언했다. 이는 독자적인 생태계에 고객을 가두는 아마존의 전략에 맞서, 개방형 표준을 무기로 ‘연합군’을 결성해 쇼핑의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구글의 승부수다.
특히 월마트는 UCP를 활용하는 첫 번째이자 가장 강력한 유통 기업이 됐다. 이제 월마트의 쇼핑 비서 ‘스파키’는 구글의 ‘제미나이’와 한 몸처럼 작동한다. 구글 계정과 월마트 계정을 연동한 사용자가 제미나이 앱에 “늘 먹던 우유랑 저녁 요리 거리 좀 주문해 줘”라고 말하면, 제미나이는 사용자의 구매 이력과 월마트의 실시간 재고를 파악해 즉시 주문을 완료한다. 결제는 구글 월렛에 저장된 정보를 통해 제미나이 화면 내에서 즉시 이뤄진다.
순다르 피차이 CEO는 “AI는 단순히 정보를 찾는 도구가 아니라 사용자 대신 행동하는 에이전트로 진화하고 있다”며 “UCP는 모든 유통업체가 이 혁신에 동참할 수 있는 개방형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존 퍼너 월마트 CEO 역시 “이번 협업은 웹에서 모바일 앱으로의 전환보다 더 큰 소매업의 근본적인 재설계”라고 평가했다.
대화형 AI 내에서 직접 결제하는 방식은 지난해 10월 오픈AI가 결제 플랫폼 스트라이프와 손잡고 ‘인스턴트 체크아웃’을 선보이며 먼저 포문을 열었다. 월마트 역시 이미 챗 GPT와 파트너십을 맺고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그럼에도 이번 구글의 발표가 주목받는 이유는 ‘범용성’과 ‘생태계 장악력’에 있다. 특정 업체와의 개별 협력에 집중하는 경쟁사들과 달리, 구글은 모든 유통사가 공통으로 쓸 수 있는 표준인 ‘UCP’를 배포함으로써 AI 쇼핑의 판도 자체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아마존의 ‘바이 포 미’나 퍼플렉시티의 페이팔 결제 도입 등 빅테크 간의 쇼핑 엔트리 포인트를 둘러싼 쟁탈전은 이번 발표로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양사는 알파벳의 드론 배송 서비스인 ‘윙’과 월마트의 협업을 미국 전역 200여 개 사이트로 확대한다. 피차이 CEO는 “애틀랜타 지역 데이터에 따르면 서비스 이용자의 50%가 재사용을 하며, 배송의 절반이 20분 이내에 완료된다”고 밝혔다. 확장이 완료되면 약 4000만 명의 미국인이 전국적으로 20분 이내(최단 6분) 드론 배송권에 들어가게 된다.
이번 발표에서 특히 주목받은 부분은 AI 도입이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에 대해 존 퍼너 CEO가 내놓은 명확한 답변이었다. 퍼너 CEO는 AI가 단순히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의 업무 가치를 높이는 조력자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AI는 우리 직원들이 육체적인 노동보다는 지적인 판단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강력한 도구”라며 “월마트는 기술을 통해 일자리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더 높은 수준의 직무로 전환할 수 있도록 재교육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는 월마트 물류 센터의 사례를 들며, 단순 반복적인 하차나 분류 작업을 하던 직원들이 현재는 AI 시스템을 관리하는 로봇 기술자나 데이터 분석가, 혹은 배터리 전문가로 직무를 전환하여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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