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터를 잡은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자율주행 기업 모셔널의 테크니컬센터. 큼지막한 ‘라이다’(레이저 기반 원격감지 센서)를 비롯해 29개 센서와 카메라를 단 ‘아이오닉 5’가 기자 앞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돌발 상황에 대비해 직원이 운전석에 앉았지만, 페달을 밟고 핸들을 꺾은 건 사람이 아니라 자동차였다. 올해 말 상용화에 들어가는 현대차그룹의 ‘레벨4’(사람이 개입하지 않는 완전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처음 언론에 공개하는 데뷔 무대였다.
이날 시승은 테크니컬센터에서 출발해 타운스퀘어를 거쳐 만달레이베이호텔까지 약 14㎞ 구간에서 이뤄졌다. 35분 동안 좁은 도로와 복잡한 도심을 달렸다. 아이오닉 5 로보택시의 운전 실력은 모범택시 기사에 버금갔다. 진가는 좁은 골목에서 드러났다. 타운스퀘어의 한 골목에서 보행자가 불쑥 튀어나오자 차량은 급히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다. 급정거였지만 흔들림이 크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부드러웠다. 방지턱이 나오면 시속 10㎞ 이하로 떨어뜨렸다.상황 대처 능력도 합격점이었다. 역주행 차량이 갑자기 길을 가로막자 곧바로 멈춰 섰다. 상대 차량이 빠져나간 걸 확인한 뒤에야 다시 액셀을 밟았다. 복잡하기로 이름난 만달레이베이호텔 입구에 들어갈 때도 실력을 발휘했다. 택시와 셔틀버스, 보행자가 뒤엉켰는데도 용케 빈 공간을 찾아 들어갔다. 반드시 지정된 곳에 승하차해야 하는 라스베이거스의 법규를 칼같이 지켰다. 신호등 없는 사거리에선 주변에 차가 없어도 2~3초간 정차 후 출발했고, 비보호 우회전 때도 전방 차량이 완전히 빠질 때까지 기다렸다. 앞이 뻥 뚫려도 규정 속도(시속 56㎞)를 지켰다.
실시간 모니터링도 운전 정확도를 높이는 무기다. 테크니컬센터에 있는 관제센터에는 가로 길이 20m의 대형 모니터가 벽 한쪽에 설치돼 있다. 모니터에는 라스베이거스와 피츠버그 도심 지도가 펼쳐져 있고, 시범 운행 중인 모든 로보택시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운영 요원들은 이곳에서 예기치 못한 장애물이 있으면 우회하라고 로보택시에 지시한다.
모셔널은 챗GPT 같은 생성형 AI가 방대한 언어 데이터를 통째로 학습해 대화하는 것처럼 도로 위 정보를 한꺼번에 학습해 AI가 스스로 판단하게 하는 ‘대규모 주행 모델’(LDM)을 구축할 계획이다. 메이저 CEO는 “라스베이거스, 피츠버그, 로스앤젤레스, 보스턴 등 다양한 지역에서 수집한 자료를 LDM으로 학습시킬 계획”이라며 “계획대로 되면 서비스 지역을 확장하는 비용과 시간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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