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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 지식재산보호 협력 맺었지만, 해외 기술유출은 매년 늘었다

입력 2026-01-12 15:41   수정 2026-01-12 15:42


지식재산처는 지난 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 국가지식재산국(CNIPA)과 ‘지식재산 분야의 심화 협력에 관한 MOU’를 체결했다. 2013년과 2021년에 이어 세 번째로 체결된 것이다. 그러나 MOU의 반복적 체결이 무색하게 중국발(發) 기술 유출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국가 전략기술이 잇따라 중국으로 유출되면서 실질적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끝없는 중국 기술 탈취
경찰청에 따르면 국내에서 적발된 해외 기술유출 사건은 2022년 12건에서 2023년 22건, 2024년 27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2024년에는 적발 사건의 약 74%가 중국과 연관된 것으로 집계됐다. 유출 대상도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 산업에 집중돼 있다.

2024년 유출된 기술 유형별로는 반도체 9건, 디스플레이 8건이 가장 많았다. 대표 사례가 삼성전자의 10나노급 D램 제조기술이 중국 반도체 기업으로 유출된 사건이다. 해당 사건에 가담한 관계자 10명은 지난해 12월 기소됐다. 중국의 창신메모리(CXMT)는 이 기술을 활용해 2023년 세계에서 네 번째로 10나노급 D램 양산에 성공했다고 알려졌다.

해외에서도 중국의 기술 탈취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은 중국 상하이 법인 소속 중국인 직원이 기밀 기술 정보를 유출한 사건을 적발했다고 2023년 초에 발표했다. 유출된 정보는 ASML의 핵심 장비인 노광장비 관련 시스템 데이터로 전해진다. 피터 베닝크 당시 ASML 최고경영자(CEO)는 사건 이후 외신 인터뷰에서 “중국의 반도체 산업 강화 과정에서 지식재산권(IP) 탈취 위험을 그 어느 때보다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자국에서 영업하는 해외 기업을 상대로 민감 정보 제출까지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6월 중국 내 글로벌 첨단기업 관계자들을 인용해, 희토류 등 첨단 장비에 필요한 핵심 광물의 수출 승인 과정에서 중국 상무부가 자신들에게 생산 세부 정보와 고객 명단은 물론 제품 이미지, 시설 사진까지 제출하도록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수출 승인 절차가 기업의 영업비밀과 기술 정보가 노출되는 통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유사한 논란이 불거졌다. 오픈AI는 지난해 초 “중국의 딥시크가 우리 모델을 무단 활용해 경쟁 모델을 학습시켰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AI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기술 침해가 반도체를 넘어 AI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중국발 상표·디자인 침해도 심각”
기술 탈취뿐 아니라 중국의 국내 상표·디자인 등 지식재산 침해도 심각하다. 국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상표권 무단 선점 피해를 자주 호소하고 있다. 최근 중국 이커머스 이용이 늘며 유사·위조 상품(짝퉁)이 국내외 시장으로 퍼지면서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에 따르면 국가별 ‘해외 상표 무단 선점 의심 건수’ 가운데 중국은 2021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누적 8474건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지재처와 보호원은 ‘해외 상표 무단 선점 대응 및 피해 구제 전략’을 운영하며 분쟁 대응을 지원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체감 효과가 크지 않은 분위기다. 4일 양국이 타인이 사용 중인 상표를 선점해 이익을 챙기는 ‘악의적 상표출원’에 공동 대응하기로 합의한 내용이 실질적 조치로 이어질지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부는 제도 보완에 나서고 있다. 지재처는 기술 침해·유출 대응 역량을 보강하기 위해 현재 25명 수준인 기술경찰 인력을 늘리고, ‘첨단기술 해외유출 특별수사팀’을 신설할 계획이다. IP 침해에 대한 제재도 강화한다.

지재처는 올해 하반기까지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를 도입해 법원이 절차에 따라 상대방의 내부 자료 제출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고, 피해자가 과도한 입증 부담을 떠안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앞서 정부는 2024년 8월부터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안을 시행해 고의적인 특허권·영업비밀 침해와 아이디어 탈취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를 기존 3배에서 5배로 높였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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